투명한 것과 별난 이야기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10.11 03:01

    김성희 교수 5년 만의 개인전… 조선일보미술관서 21일까지

    투명은 사라지는 빛. 동양화가 김성희(55) 서울대 교수에게 투명은 본색의 상실이며 오염이다. "투명 망토 둘러 존재감과 정체성이 모호해진 인간을 떠올려보라. 청명해지는 게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다. 체계와 구조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우리 존재가 흐릿하게 스며들고 있다."

    5년 만의 개인전 'Transparenter'(투명한 것)가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미술관에서 12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2010년 시작한 투명 작업의 확장. "2001년 교수로 임용돼 정신없이 살았다. 이념과 조직에 매몰돼 희미해지는 존재, 투명인간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박사학위복을 그린 '별난 이야기―1810―투명옷'은 그림자의 옷처럼 묘사된다.

    ‘별난 이야기―1703’ 앞의 김성희 교수. 15일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한다.
    ‘별난 이야기―1703’ 앞의 김성희 교수. 15일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한다. /김지호 기자

    인간과 새와 나무 등 모든 형상 안에 별자리가 자리한다. 모든 제목에 '별난 이야기'가 들어가는 건 이 때문이다. 2005년 시작한 작업으로, 그림 위에 아교로 흰 별을 무작위로 찍어 잇는다. "그해 봄, 퇴근길에 가볍게 넘어졌는데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3개월간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있었다. 처음 '몸'에 대해 생각했다. 너무 무리하게 살았구나. 내 몸은 내 욕망의 궤적을 이어온 결과이고, 모든 선(線)은 방향성을 지닌다. 별자리 역시 우리가 되고자 하는 바, 의지를 반영한 선의 결과 아닌가."

    10호부터 15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 앞에 서면 투명이 내면을 비춘다. "관객이 스스로를 투영해볼 수 있도록 '투명인간'의 성별과 나이를 세분화해 그렸다. 예전의 '투명인간' 연작이 어정쩡하게 서있었다면, 이젠 적극적으로 걷는 동작을 한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02)724-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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