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더 주고 싶어

조선일보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18.10.11 03:08

    더 주고 싶어

    퐁퐁
    샘솟는
    옹달샘마냥

    마냥
    주고도
    모자란 마음.
    풋고추를

    빨갛게
    풋사과를
    빨갛게 익혀 놓고도

    해님은
    서산마루에서
    머뭇머뭇

    마냥
    주고도
    더 주고 싶어.

    -김재용(1940~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일러스트

    지는 해가 서산마루에서 머뭇거린다. 왜? 아쉬워서. 해는 빛 한 올이라도 더 주고 싶다. 고추에게, 사과에게. 이미 빨갛게 익혀 놓고도. 모자란다는 듯 머뭇머뭇한다. 아쉬워. 마냥 주고도 더 주고 싶다. 주고 싶은 마음이 옹달샘 물처럼 퐁퐁 샘솟는 해! 아낌없이 주는 엄마 같다. 지는 해도 의미를 새기며 바라보면 이처럼 맘 적시는 빛깔이다.

    과일과 곡식 알알이 속을 채우는 가을날엔 한 올 빛도 귀하다. 릴케도 시(詩) '가을날'에서 가을 햇살의 귀함을 '마지막 과일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내리소서'라고 읊었다.

    가을 햇살을 머리에 얹어본다. 따사로움이 몸에 전류처럼 흐른다. 이 따사로움이 주고 또 주고 싶은 해님의 마음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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