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은 흡연과 동급? 신고 없이 날려도 '불법'아니다

입력 2018.10.10 16:00

풍등 날리기 불법일까?
"신고의무 없어" 풍등 날리기, 흡연과 동급
소방본부장·소방서장 금지 무시해야 비로소 ‘불법’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D(27)씨는 지난 7일 공사장 바닥에 떨어져 있는 풍등(風燈)을 주워, 여기에 불을 붙여 다시 날려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풍등은 전날인 지난 6일 근처 초등학교에서 행사를 벌이다 날린 풍등 80여개 가운데 하나다. 초등학교에서는 ‘아빠와 함께 하는 1박2일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공간에서는 "풍등 날리기는 불법이기 때문에, 애초에 초등학교에 책임이 있다"면서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날아다니는 예쁜 발화물질’인 풍등은 종종 화재를 일으켜 ‘소방법에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런 여론을 반영, 지난해 지난해 12월 소방기본법이 개정됐다. 소방기본법 12조는 "소방서장과 소방본부장이 화재 예방상 위험하다고 인정되면 불장난, 모닥불, 흡연, 화기 취급, 풍등 등 소형 열기구 날리기 등을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이 ‘풍등 금지’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방서장과 소방본부장이 위험하다고 인정되면’ 이라는 단서 조항 때문이다. 풍등을 날리는 행위 자체는 ‘흡연’과 같은 행위에 해당한다. 흡연이 불법은 아닌 것처럼 풍등 날리기도 무조건 불법은 아니다. 신고 의무가 없는 것이다.



풍등을 날리는 행위가 무조건 불법은 아니다. 관할소방서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금지했을 때 이를 어기면 위반행위가 되는 것이다. /조선일보DB
이 법에 따르면,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이 사전에 위험하다고 판단해 "풍등을 날리지 말라"고 금지한 말을 무시하고 풍등을 날린 경우에만 불법에 해당한다. 이럴 경우 풍등을 날린 사람 혹은 풍등행사 주최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소방청 화재예방과 김근식 소방경은 "신고를 강제할 규정이 없다"며 "그간 풍등 문제가 크게 불거진 적이 없다 보니 사전에 신고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양 저유소 화재의 원인이 된 풍등의 경우, 소방당국이 사전에 "날리지 말라"고 금지하지 않았다. 따라서 풍등행사를 주최한 초등학교나 스리랑카인 D씨가 소방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다만 D씨는 중(重)실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가 날린 풍등으로 불이 났다고 결론 나면, 실화죄로 1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풍등을 날리면 안 되는 ‘풍등 금지 구역’도 따로 없다. 저유소나 국립공원처럼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있는 곳에서 풍등을 날리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소방당국이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풍등 관련 위험은 1000명이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 뿐이다. 공연법에 따라 주최측은 재해예방 계획서를 제출한다. 소방서에서 계획서를 검토하고, 안전가이드라인을 배포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풍등 행사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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