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4社, 인사·징계도 노조와 사전 협의

조선일보
  • 원선우 기자
    입력 2018.10.10 03:04

    18년만에 처음 산별 협약 체결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사 4곳이 최근 노동조합에 인사권·징계권을 부여하고 노사(勞使) 동수의 '공정방송기구' 설치를 의무화한 산별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친(親)정부 성향 노조를 통해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초법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 4곳은 제55회 방송의 날이었던 지난달 3일 전국언론노조와 '지상파 방송 산별 협약'을 맺었다. 협약은 전문(前文)에서 "방송사와 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상호 역할과 관계를 규정하여 조합원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지위를 향상한다"고 했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KBS 양승동, MBC 최승호, SBS 박정훈, EBS 장해랑 사장이 서명했다. 언론노조는 "2000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후 18년 만에 이뤄진 산별 교섭"이라며 "촛불 혁명으로 본격화한 '방송 정상화' 국면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협약에는 논란의 소지가 큰 조항들이 다수 포함됐다. 협약 제7조는 "보도·편성·제작 책임자의 직위와 범위는 방송사별 노사 협약으로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사용자와 조합은 임명·평가 등에 제작 종사자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노조가 보도·편성뿐 아니라 인사(人事)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어 협약 8조는 방송사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노사 동수(同數)의 '공정방송기구' 설치도 의무화했다. 공정방송기구의 업무와 권한에는 ▲보도·편성·제작 관련 제반 상황 논의 ▲제작·방송에서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침해 시 심사·시정 요구권 ▲경영진 출석 및 자료 제출 요구권 ▲'공정 방송 저해 구성원'에 대한 징계 심의 요구권 등이 명시됐다.

    이에 대해 박성중 의원은 "'공정 방송 실현' 이라는 명목으로 인사·징계권에 편성·보도권까지 사실상 노조에 내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진 출석 및 자료 제출 요구, '공정 방송 저해 구성원'에 대한 징계 심의 요구 조항의 경우, "사용자는 이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들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산별 협약이 "(방송법·노동법 등) 관계법령, 본부·지부 단체협약, 취업 규칙 등에 우선 적용된다"는 내용이 협약 제3조에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공정방송기구를 방송사 이사회 위에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만드는 협약"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상위 법률과 충돌할 여지가 큰 초법적 내용도 있다"며 "특정 성향의 집단이 공공재인 전파를 장기간 좌지우지하는 길을 사내 제도로 열어놨다"고 지적했다. 선문대 황근 교수는 "노조의 방송사 경영 참여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주제"라며 "'공정방송기구'는 사장 임면(任免) 등을 놓고 노사 갈등의 '상설 정치 투쟁 기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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