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사찰단, 北에 핵신고·재방북·질문자유 요구하라"

조선일보
  • 안준용 기자
    입력 2018.10.10 03:01

    과거 영변 사찰, 하이노넨 IAEA 前사무차장이 꼽은 3대 포인트
    "북한의 핵신고 연기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엔 찬성할 수 없다"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 전 사무차장
    올리 하이노넨〈사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과 관련, "과거 핵실험의 완전한 신고, 사찰단의 질문, 재방북 허용이 주요 포인트"라고 했다. 그는 2002년과 2007년 IAEA의 영변 핵 사찰을 주도하는 등 20차례 이상 영변을 방문한 북핵 사찰·검증 전문가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미국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걸어 다니는 '참관' 정도가 아니라 어떤 핵물질을 사용했고, 어떤 설계의 핵무기·부품을 실험했는지 등 모든 실험에 관한 '완전한 신고'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핵실험장 내 활동에 관해 정확히 신고하게 한 뒤 이를 사찰·검증 결과와 비교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사찰단은 실험 결과에 관한 보고를 받고 북한 전문 인력들에게 관련 질문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사찰단이 채취한 시료 등을 갖고 돌아간 뒤 의문점이 있으면 풍계리를 재방문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사찰이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 첫 사찰부터 참관보다 훨씬 더 기술적이고 심각한 사찰 조건에 합의해 나쁜 선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핵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이 제안한 것처럼 핵 신고를 미루고 미측 상응 조치에 따라 북한의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한다는 데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이미 해체된 원자로에서 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신고를 미루자는) 단편적 접근은 신뢰 구축에 도움이 안 된다"고도 했다.

    IAEA와 P5 국가 사찰 참여 가능성

    이달 중 미국의 핵 전문가들과 IAEA 사찰단이 동반 방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8일 서울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과 관련, "김정은 위원장은 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가 (현장 검증) 실행 계획 문제들을 해결하자마자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찰단 구성과 사찰 시기·방법에 관한 조율이 이뤄지면 곧 방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영변 핵 시설 사찰·검증의 출발점"이라며 "검증의 연속성을 고려해 사찰단 구성에 각별히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핵과 관련한 해체가 있을 땐 IAEA 조사관이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기대"라고 했다.

    IAEA 측은 8일 "우리의 북한 사찰은 관련국들의 정치적 합의와 IAEA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미국 주도의 사찰단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공인하는 핵 보유국인 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P5)가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3·4번 갱도 폐기 확인… 시료 채취 관건

    북한은 지난 5월 24일 한·미·영·중·러 5국 취재진 30명이 참관하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 2·4·3번 갱도를 차례로 폐쇄했다. 핵실험장 부속 시설인 관측소 2곳, 단야장(鍛冶場·갱도 설비용 작업장), 생활 건물 본부 등 5곳, 군 막사 2개 동도 폭파했다. 1번 갱도는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후 방사능 오염 탓에 폐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무부가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 방문을 초청했다"고 한 만큼 사찰단은 일단 김정은이 4·27 판문점 회담 때 "건재하다"고 했던 3·4번 갱도의 폐기 여부와 구조부터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미측은 다섯 차례 핵실험이 진행된 2번 갱도의 상태와 지난 핵 활동 흔적 등을 들여다보며 북한 핵 역량까지 가늠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현장 시료 채취 등은 북한이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향후 미·북 간 실무 협상에서 미측이 완벽한 검증을 요구할 경우 사찰이 상당 기간 지연될 수도 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은 "북한이 샘플 채취를 허용한다면 만반의 준비를 하겠지만, 현재 북한의 태도로 봐서는 참관 정도에 그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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