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타이완서 한판 놀아보세

입력 2018.10.10 03:01 | 수정 2018.10.10 07:14

임방울국악제 수상자 25명, 타이완 옛 수도 타이난서 공연
풍물판굿·소고춤·민요 선보여

어른 발 길이로 열두 폭, 그리하여 '열두 발 상모'라 이름 붙은 새하얀 종이 끈이 꽹과리와 장구를 치며 맴도는 놀이꾼들 머리 위에서 휙휙 원을 그렸다. 그때마다 무대는 순백의 기운찬 물감이 새겨진 한 폭의 추상화가 됐다. 이국의 밤이 신명 나는 농악 춤사위로 물들어갔다. 9일 오후 타이완 남서부 도시 타이난(臺南)의 신영구 남영녹지심공원에서 '임방울국악제' 역대 수상자 25명이 풍물판굿과 소고춤, 민요를 선보였다.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민중의 설움을 판소리 가락으로 어루만졌던 국창(國唱) 임방울(1905~1961) 선생을 기리는 국악제가 2010년부터 해온 아홉 번째 해외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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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타이완의 옛 수도 타이난에서 개막한‘2018 남영국제민속예술제’에서 한국을 대표해 참여한 ‘임방울국악제’역대 수상자 25명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2018 남영국제민속예술제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옛 수도 타이난은 300년 넘게 네덜란드와 명·청,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다채로운 문물과 참혹한 역사를 뒤섞은 처연한 문화 도시다. 1996년부터 세계 각국에서 전통문화를 잇고 보존하는 단체들을 초청해 2년에 한 번 성대한 잔치를 여는데, 지난 6일 막 올린 '2018 남영국제민속예술제'가 그것이다. 김중채(79) 임방울국악진흥회 이사장은 "올해는 타이난시와 '예향(藝鄕)' 광주광역시가 자매결연을 한 지 50년 되는 해로, 타이난시가 적극 초청해 국악제 수상자들이 한국 대표로 공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후 8시, 미색 한복을 입고 등장한 윤현명(26)씨가 태평소 시나위를 시원스레 쏘아 올렸다. 김시원(32·장구)씨가 이끄는 풍물판굿팀이 무대 바깥에서부터 징과 북, 장구를 두드리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어 주황·분홍·연둣빛 천으로 허리를 질끈 동여맨 9명 무용수가 소고를 들고 합세했다. 발끝으로 사뿐사뿐 재간을 부리며 채를 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피날레는 역시 '아리랑'이었다. 2006년 임방울국악제에서 판소리 명창부 최우수상인 방일영상을 수상한 양은희(44)씨를 필두로 김연옥(39)·정혜빈(34)·정은송(23)씨 등 소리꾼 4명은 휘모리와 굿거리·세마치장단을 넘나들며 아리랑 메들리를 쏟아냈다. K팝에 익숙한 10~20대 관객들의 호응도가 두드러졌다. 중학생 헤페이진(15)양은 "제가 방탄소년단(BTS)과 레드벨벳 팬이에요. 그들 나라의 전통을 눈앞에서 보다니 꿈만 같아요!"라고 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며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는 주부 타이잉(52)씨는 "의상도, 노래도, 춤도 눈을 뗄 수 없게 아름답다. 값진 무대를 보여줘 고맙다"고 했다. 예술제는 1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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