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실로 니트 한 벌… 3D로 찍은 듯 이음새 없이… 야나이가 또 마법을 부렸다

입력 2018.10.10 03:01

양복점 하나로 패션 왕국을 이룬,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창업자… 파리서 인터뷰

"'세상 모든 이에게 지지받는 옷'이란 목표 자체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아이디어 아닐까요? 파리 패션위크에, 그것도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유니클로 같은 아시아 회사가 전시한다는 사실이 다이내믹하지 않은가요?"

지난달 프랑스 파리 주드폼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유니클로 라이프웨어' 전시에서 만난 유니클로(Uniqlo)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69) 회장이 말했다. "지금껏 '미쳤다' 싶을 정도의 과감한 도전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다. 브랜드를 만든 지 34년. 현재 그는 순자산 29조원(미 포브스 평가)에 달하는 거대 패션 왕국의 주인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수년째 일본 재계 순위 1~2위를 다툰다. 20개국에 퍼진 매장만 2042개. 지난 8월엔 H&M의 고향이자 패스트패션의 성지(聖地)인 스웨덴에 첫 매장을 열며 북유럽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았다.

프랑스 파리 주드폼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유니클로 라이프웨어' 전시장 앞에 선 야나이 다다시 회장.
프랑스 파리 주드폼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유니클로 라이프웨어' 전시장 앞에 선 야나이 다다시 회장. "창업자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은퇴도, '제2의 인생'도 없다"면서도 "팀 경영 강화로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1인 체제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니클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는 24년간 스폰서였던 나이키와 결별하고 지난 7월 야나이 회장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의 이름 앞에 '혁신의' '상식을 파괴하는' '실패를 두려워 않는'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옷은 패션 아닌 생활의 부품

야나이 회장은 패션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옷을 패션이 아닌 생활의 도구로 바라봅니다. 입고 버리는 옷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 철학이죠. 품질은 극대화하고 가격은 낮춰 인종·나이·성별에 관계없이 모두가 입을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야나이 회장은 파리 패션위크에서 일본의 섬유기계 회사인 시마 세이키와 협업해 하나의 실로 니트 한 장을 만드는 '홀가먼트(wholegarment·봉제선 없이 옷을 완성하는 기법)' 방식을 공개했다. 앞뒤 판을 직조한 뒤 꿰매는 것과 달리 마치 3D 프린터처럼 옷을 만든다. 남은 원단, 부자재 등 오염 요인을 최소화한다.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기 위해서다. "아주 작은 것에 집착해 파고드는 일본 장인 문화에 과학기술을 접목해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자는 겁니다. 유행만 좇는 패스트패션과는 정반대이지요."

하나의 실로 니트 한 벌을 만드는 무제봉 홀가먼트 원피스 이미지.
하나의 실로 니트 한 벌을 만드는 무제봉 홀가먼트 원피스 이미지.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 매장을 성공적으로 열며 북유럽을 들썩이게 했다. '유명 체인 브랜드의 무덤'이라 불리는 스웨덴이지만 유니클로의 '실용'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오픈 당일 100m 넘게 줄을 서고 첫날 1만6000여 명이 매장을 찾았다. 야나이 회장은 "옷 입는 습관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 유니클로가 삶에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몸에서 나온 수증기를 열에너지로 바꾼 히트텍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10억장 팔렸다.

등산복으로 입던 일명 '후리스(fleece)'를 겨울용 평상복으로 탈바꿈시켰고, 땀과 열을 빠르게 없애주는 '에어리즘'으로 여름 속옷을 대체했다.

팀워크가 만든 유니크한 스타일

숫자로 보는 유니클로
야나이 회장은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로에베 총괄 디자이너인 JW앤더슨, 보테가 베네타를 이끈 토마스 마이어, 핀란드 브랜드 마리메꼬, 팝아티스트 카우스 등 오늘날 가장 '핫'한 디자이너와 협업해 한정판을 내놨다.

에르메스 디자이너 출신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유니클로 디자인 혁신 센터를 이끈다. 반짝 유행이 아닌, 클래식한 가치를 중시하는 야나이의 철학이 담긴 선택이다. "보통 제가 모든 것을 정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웃음). 팀워크가 모든 걸 만들어내지요."

'패션 민주주의'라는 철학은 후계 구도에도 반영됐다. 1972년 아버지에게 양복점을 물려받아 50년 가까이 옷에만 매달린 야나이 회장은 가족·국적·나이에 상관없이 경영을 이어가게 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국적은 상관없습니다. 유니클로 13만명 사원이 '이 사람이라면 일을 같이하고 싶다'고 납득하는 이가 앞으로 경영인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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