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기후 카지노'

입력 2018.10.10 03:16

기후 경제학 이론으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된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는 급진적인 기후 정책을 주장한 사람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1~3도 정도 기온 상승은 곡물 생산을 증가시킬 수도 있고, 열대 국가들이 경제를 성장시켜 에어컨을 쓰게 되고 말라리아 방제에 성공하면 보건 상황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기후 문제를 차분하게 본 점에선 영국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과 대비된다.

▶그러나 노드하우스는 급작스레 기후 균형이 깨지는 '티핑 포인트'가 문제라고 했다. 예를 들어 빙하 바닥엔 지열(地熱)로 빙하가 녹아 물이 흐를 수 있는데 이것이 거대 빙하 덩어리를 붕괴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바다가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지 못하고 되레 내뿜게 된다든지, 북극권 동토(凍土)의 메탄가스가 풀려나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만물상] '기후 카지노'
▶티핑 포인트를 그는 카누 전복에 견줘 설명했다. 카누가 물결에 한쪽으로 약간 기울면 곧바로 원위치로 되돌아간다. 그렇게 좌우로 흔들리다가 어떤 균형점을 지나쳐 기울어지면 복원력을 잃고 순식간에 뒤집힌다. 은행 불신이 결정적 선을 넘어버리면 바로 재앙적 상황에 맞닥뜨리는 뱅크 런과 비슷하다고 했다. 온실가스도 일정 수준까지는 별문제 없다가 티핑 포인트를 지나면 와르르 붕괴된다고 했다.

▶노드하우스는 기온이 5도 정도 오르거나 내리면 기후의 레짐(체제)이 바뀐다고 했다. 현재의 지구는 이미 간빙기의 정상 상태보다 2도쯤 올라 있어 앞으로 3도 정도 더 오르면 티핑 포인트를 지나버린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것들 모두 확실하지는 않다. '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묶자'는 국제사회의 합의된 목표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노드하우스는 "그렇다고 안개 짙은 밤에 커브길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헤드라이트를 끈 채 시속 100마일로 달릴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표 날 송도에서 열린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총회는 기온 상승 억제 목표를 2도에서 1.5도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2도 목표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드하우스 교수도 "인류 운명을 놓고 룰렛 게임 같은 도박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만든 기후경제 모델의 이름은 '다이스(dice·주사위)'다. 2013년 그가 쓴 '기후 카지노'라는 책은 인간이 기후 균형을 놓고 아슬아슬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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