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가 창문 뚫고 밀려와… 밤이었으면 집이 내 무덤 됐을 것"

입력 2018.10.09 03:01

태풍 콩레이가 할퀸 경북 영덕

지난 주말 몰아닥친 태풍 '콩레이'로 전국에서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이재민 2254명이 발생하고 건물 1738채가 침수됐다. '대게의 고장' 영덕은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 하나다. 영덕에는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309.5㎜의 비가 쏟아졌다. 영덕군 건물 1411동이 물에 잠기고 한때 2169명이 대피했다.

태풍이 지나간 지 사흘째를 맞은 8일 오전 영덕 강구시장(1만2371㎡)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52개 상가가 모여 있는 강구시장은 지난 6일 태풍이 몰고 온 폭우로 물바다가 됐다. 오전 한때 수위가 2m까지 차올랐다. 8일에도 이재민 551명이 교회 등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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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태풍‘콩레이’가 휩쓸고 간 경북 영덕군 강구시장에서 8일 한전 대구지역본부 직원 등 봉사단원들이 각종 집기와 폐기물을 정리하고 있다. /권광순 기자
이날 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물이 빠져나간 집을 청소하고 집기를 씻고 말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진흙이 묻은 물건이 사방에서 어지럽게 굴러다녔다. 자원봉사자 수십 명이 젖은 가재도구를 빼내고 집안까지 들이친 진흙을 치워내느라 분주했다. 대기해 있던 5t 트럭이 이들이 빼낸 물건을 시장 밖으로 실어 날랐다. 강구시장에서 만난 의류상 김석출(82)씨는 "갑자기 황토물이 집안으로 쏠려와 깜짝 놀랐다"며 "상황이 급박해 장롱에 넣어둔 현금도 못 챙기고 소방대 보트를 타고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영덕군은 이날 오전 공무원, 군, 주민 등 1400여명과 장비 370여대를 동원해 복구에 전력을 쏟았다. 영덕읍을 비롯해 강구면·축산면 등 바다와 접한 지역 피해가 컸다. 상인 김모(65·강구면)씨는 "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며 울먹였다. 강구 지역에서 피해를 본 이들은 대부분 소규모 영세 상인이다. 이들은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피해를 보았다.

폭우와 함께 덮친 산사태가 피해를 키웠다. 영덕군 강구4리 주민 이승희(60)씨는 "인근에 있던 산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창문을 뚫고 들어와 방 안을 가득 메웠다"면서 "대낮이라 목숨을 건졌지만 밤이었으면 속수무책으로 제 집이 제 무덤이 됐을 뻔했다"고 말했다. 영덕 남정면 부흥리 주변 논 곳곳에는 벼들이 물에 잠기거나 쓰러져 있었다. 시장 인근 강구초등학교 일대 주택도 침수 피해를 보았다. 학교 담이 무너지면서 운동장에 고여 있던 물이 삽시간에 주택가로 밀려들었다.

경북도는 저지대와 농경지의 물이 모두 빠지고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면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주택과 농작물이 많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강구시장이 옛 모습을 찾으려면 보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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