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첫 무대서 4위… 골프장에도 '코리안 몬스터'

조선일보
  • 민학수 기자
    입력 2018.10.09 03:01

    2부 투어 상금왕 20세 임성재, 개막전 세이프웨이오픈 공동 4위

    "미 PGA투어라고 특별히 다른 게 있겠어요? 똑같이 골프 치는 건데요."

    8일 막을 내린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2018~2019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데뷔전을 치른 임성재(20)에게 떨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나이답지 않게 느긋한 어조로 이렇게 답했다. 체력과 비거리에서 미국 선수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판을 들었지만 그의 최대 강점은 다른 데 있는 것 같았다.

    임성재가 8일 미 PGA 투어 2018~2019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 오픈 4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을 날리는 모습.
    임성재가 8일 미 PGA 투어 2018~2019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 오픈 4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을 날리는 모습. 미 PGA 투어 2부 리그 상금왕을 차지한 그는 개막전 공동 4위에 오르며 올 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 /AFP 연합뉴스
    그의 미국 생활을 돕고 있는 재미교포는 "PGA 2부 투어인 웹닷컴 데뷔전에서 우승할 때부터 이런 모습을 보았는데, 어려서 뭘 잘 모르는 건지, 실제로 그런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태연자약해서 놀라곤 한다"며 "한국에서 건너온 많은 선수를 봐왔지만 이런 '강철 멘털'을 지닌 선수는 처음 본다"고 전했다.

    올 시즌 웹닷컴투어 2승과 함께 상금왕을 차지하며 PGA투어에 입성한 임성재가 개막전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플레이오프를 치렀던 케빈 트웨이(우승), 라이언 무어, 브랜트 스니데커 등 미국 선수 3명(14언더파)에게 딱 1타 뒤졌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임성재는 강풍에 샷이 흔들리며 경기 초반 2타를 잃고 고전했다. 하지만 막판 14·16·18번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잡으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마쳤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웹닷컴투어 상금왕에 오른 임성재는 지난 3일 PGA투어가 선정한 '올 시즌 주목할 신인 10명' 중 가장 먼저 거론됐을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PGA투어에 뜬 '코리안 몬스터' 임성재
    임성재는 골프를 좋아하는 부모님 영향으로 네 살 때부터 장난감 골프 클럽을 휘두르며 놀았다. 젓가락부터 나뭇가지까지 길쭉한 물건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제주 한라초등학교 출신인 그는 고교(천안고) 재학 시절인 2014년과 2015년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임성재는 PGA투어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일찌감치 해외 무대로 눈을 돌렸다. "열입골 살에 경험한 일본 투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골프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2016년 일본프로골프투어 마이나비 ABC챔피언십에서 4위에 올랐고, 2017년에는 일본투어에서 톱10에 9차례나 들었다. 그는 지난해 말 PGA투어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2위로 통과한 뒤 개막전인 바하마 그레이트 엑수마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미국 무대에서도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았다. 임성재의 우승은 2007년 제이슨 데이가 세운 최연소 웹닷컴투어 우승(당시 19세 7개월)보다 딱 2개월 늦은 역대 2위 기록이었다. 임성재는 시즌 최종전인 윈코 푸드 포틀랜드오픈 우승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임성재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곰돌이 푸처럼 순박한 외모지만 엄청난 괴력을 갖고 있어 '몬스터 푸'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180㎝, 91㎏의 체격에서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304야드에 이른다. 주 무기는 비거리 220야드를 정확하게 보낼 수 있는 3번 아이언이다. 비결을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어려서부터 3번을 자주 쳐서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가수 임창정 노래를 즐겨 듣는다. 그는 "타이거 우즈나 애덤 스콧처럼 멋진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세계랭킹으로 따지면 임성재(91위)는 한국 남자 골프의 '넘버3'다. 안병훈(47위), 김시우(57위)의 뒤를 잇는다. 그는 오는 17일부터 고향 제주의 나인브릿지에서 열리는 CJ컵 출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집에서 맛있는 밥을 빨리 먹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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