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프러스펜으로 그려

조선일보
  • 김상윤 기자
    입력 2018.10.09 03:01 | 수정 2018.10.10 11:43

    직장인·대학생 취미 미술 열풍
    필기구서 그림 도구로 변신 중

    '프러스펜 3000'은 문구계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1970년 모나미가 내놓은 이 가늘고 길쭉한 수성펜은 4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무실 책상에서 흔히 발견된다. 형제뻘인 '153 볼펜'과는 단순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153 볼펜이 몇 만원짜리 한정판 등으로 여러 번 재탄생한 것에 비해 프러스펜은 그다지 선풍적 인기를 끌진 못했다.

    이미정 작가가 프러스펜으로 그린 수채화.
    이미정 작가가 프러스펜으로 그린 수채화. 다양한 종류의 푸른색을 썼고 번지게 했다. /스튜디오곰국
    만년 2인자였던 프러스펜이 요즘 그림 도구로 변신 중이다. 프러스펜으로 그린, 일명 '플러스펜 수채화'가 인기를 끌면서다. 펜촉이 잘 뭉개지고, 수성 잉크라 물과 땀에 잘 번진다는 단점이 역으로 활용됐다. 서울 용산구의 취미 화실 '스튜디오곰국'이미정 작가는 "프러스펜은 펜을 잡는 각도에 따라 굵기를 조절할 수 있어 드로잉 도구로 매력적"이라며 "물방울을 살짝 떨어뜨리거나 물 묻힌 붓으로 문지르면 부드럽게 번지거나 색이 섞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했다.

    수채화 도구가 되면서 펜의 색상도 다양해졌다. 검정, 빨강, 파랑, 초록, 보라 등 5가지 색이던 프러스펜은 작년 말 36색으로 확대돼 출시됐다. 푸른색 계열만 '워터 블루' '스카이 블루' '피콕 블루' '블루 블랙' 등 갖가지다. 모나미 측은 "수채화뿐 아니라 캘리그래피 등에도 쓰기 좋은 펜으로 인기를 끌어 다양한 색으로 출시했다"며 "일주일 만에 1만7000세트가 팔렸고, 최근까지 약 10만 세트가 팔렸다"고 했다.

    프러스펜이 화구(畫具)가 된 것은 직장인이나 대학생들 사이 취미 일러스트 열풍이 분 것과 관련 있다. 가벼운 취미용 화구를 찾던 이들에게 한 자루당 300원이라는 싼 가격과 자주 다뤄본 필기구라는 친숙함, 복잡한 도구가 필요 없는 간편함이 강점이 됐다. 유튜브에도 프러스펜으로 그림 그리는 영상들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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