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4대강 보 철거보다 건강한 논쟁이 먼저다

조선일보
  • 박은호 논설위원
    입력 2018.10.09 03:15

    철거 여부 결정 두 달 앞두고 예산·취수 등 여전히 문제 산적
    4대 강 水質 개선 결과도 있는데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나

    박은호 논설위원
    박은호 논설위원
    "4대강 보(洑) 16개 가운데 ○○보를 허물기로 했다." 두 달 뒤 이런 정부 발표가 뉴스를 탈지 모른다. 금강·영산강은 올 연말까지, 한강·낙동강은 내년 6월까지 보 철거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정부는 현재 16곳 가운데 13곳 수문을 열었다. 작년 5월 시작된 보 개방의 영향을 살핀 뒤 보 철거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는 게 정부 공식 입장이다. 보를 그대로 두되 상시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방점은 철거 쪽에 찍힌 분위기다. 정부 내에선 문 대통령의 '4대강 자연성 회복' 대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금강·영산강 보 5개 전부를 허물든지, 상시 개방해 보 기능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보 철거에는 많은 난제가 따른다. 우선 예산 문제다. 보 16곳은 4년여 공사를 거쳐 2012~2013년 완공됐다. 보 하나 만드는 데 많게는 3300억원, 적어도 1300억원씩 평균 2500억원이 들었다. 보를 허물려면 그만큼 예산을 또 들여야 한다. 댐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보 하나당 적어도 1000억원은 든다. 철거 이후 지하수 저하에 따른 대책, 농어민 피해 보상, 사후 관리 비용까지 치면 얼마나 더 들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건설비보다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은 지 10년도 안 된 멀쩡한 보를 허물 수 있다는 게 지금 정부 분위기다.

    취수·양수 문제 해결도 간단치 않다. 4대강 사업 당시 강바닥 모래 4억5900만㎥가 준설됐다. 그중 3400만㎥는 강변 농경지 780㎢에 1~4m 높이로 깔렸다. 보에 물이 담기면서 지하수위도 높아져 일어날지 모르는 침수 사태를 막기 위해서였다. 거기에 1조4000억원가량 예산이 들었다. 그런데 보를 철거하면 이번엔 강물 수위가 낮아지고 지하수위가 떨어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예산을 또 들여 농경지 양수장은 물론 수돗물·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취수장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세금이 쓰일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입을 닫고 그걸 비판하는 환경단체도 없다. 오히려 환경단체는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외치고 정부는 그 주문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 건강한 논쟁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보 개방, 보 철거를 걱정하는 학자들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분위기에 눌려 입을 닫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우리 사회의 큰 논쟁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 미국 학계에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놓고 수십년 논쟁이 진행 중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변화를 불러일으킨 최대 요인인가, 아닌가'라는 게 쟁점이다. 생각이 서로 다른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때로는 공개 석상에서 얼굴을 붉힐 정도로 거친 토론을 벌인다. 그래도 두말없이 인정하는 원칙이 있다. 이를테면 '원인이 무엇이든 지구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과학적 팩트는 존중하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대강 보 철거 결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보 철거에 대한 건강한 논쟁부터 시작돼야 한다. 보를 왜 철거해야 하는지, 보를 허물어 강물 유속을 빠르게 하면 녹조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 예산은 얼마나 드는지, 지하수 수위 저하에 따른 피해가 얼마나 큰지 등에 대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여러 전문기관이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이 오히려 개선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환경단체 주장과 왜 다른지도 토론돼야 한다. 그래야 수조원, 수십조원이 들어갈지 모르는 4대강 보 철거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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