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지식기반성장 '선구자'에 노벨 경제학상 돌아가

입력 2018.10.08 21:37 | 수정 2018.10.09 00:06

세계 각국이 고민하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시급한 이슈인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에 대한 해답 찾기에 몰두한 윌리엄 노드하우스(77) 미국 예일대 교수와 폴 로머 뉴욕대 교수(62)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환경과 에너지, 생산성 흐름을 주로 연구했고 로머 교수는 기술을 경제 성장의 핵심 동인(動因)으로 주장하고 도시화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두 학자의 관심 분야는 다르지만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 연구에 매진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백웅기 상명대 총장은 "올해 노벨 경제상은 도시개발이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지속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한 학자들이 수상했다"면서 "이들의 수상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화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학문의 실천적 영역을 개척한 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의 명예가 돌아갔다는 점에도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 30대에 ‘내생적 성장이론’ 발표한 괴짜 경제학자 폴 로머 교수

매년 가을,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던 폴 로머 교수는 30대에 기존 경제성장에 관한 통념을 뒤집은 새로운 이론을 주장하며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천재 학자’로 불린다.

내생적 성장이론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끄는 기술의 역할을 규명한 공로로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뉴욕대 교수./조선일보 DB
과거 경제학에서 기술은 경제 성장의 ‘외생변수(알 수 없는 외부 요인)’로 간주됐지만, 로머 교수는 연구·개발(R&D) 노력으로 축적된 기술이 경제 성장을 좌우한다고 주장해 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이다. 그는 지식의 상품화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임을 규명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내생적 성장이론을 "1980년대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이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 성장 이론의 주요 토대가 된 것도 로머의 이론이었다.

왕립과학원은 로머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해 "아이디어 축적이 어떻게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이끄는지 규명했다"며 "내생적 성장이론이 등장한 이후 아이디어와 장기 번영을 장려하는 정책에 대한 많은 후속 연구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로머 교수는 강의실을 나와 창업자로도 활동한 ‘괴짜’, 세계 빈곤 퇴치와 저개발국 도시화 운동에 앞장서면서 ‘행동가’ 혹은 ‘신(新)식민주의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2000년 교육 소프트웨어 회사 ‘아플리아((aplia.com)’를 창업해 사업가로 변신한 그는 2007년까지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를 이끌었다. 회사를 키워 지분을 매각한 2007년 세계은행이 수석 이코노미스트직을 제의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후진국 개발 운동에 나섰다.

이후 계속 강단에 섰던 그는 2016년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됐는데, 주류 경제학계를 향해 ‘퇴행’ ‘돼지가 립스틱 바른 꼴’이라는 노골적인 독설을 날려 학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올해 초에는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보고서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수석 이코노미스트에서 물러났다. 외부 감사 결과 로머 교수가 제기한 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백웅기 총장은 "로머 교수는 경제 이론을 지리, 도시, 환경 영역으로 끊임없이 확장해 자신이 개척한 내생적 성장이론을 이론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적인 활동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노벨상을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산업의 발전에 있어 융복합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에 그의 수상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노드하우스 교수, 기후변화 정책 목표 만드는 데 큰 역할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는 1967년부터 미국 예일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부터 1979년 미국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01년부터는 석좌교수 지위에 올랐다. 2014~2015년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이사회 의장, 전미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미국 경제학계의 원로다.

기후변화의 경제적 효과를 연구한 공로로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예일대 제공
그는 경제학 전공자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현대 경제학 교과서의 바이블로 알려진 고(故) 폴 사무엘슨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석좌교수의 ‘경제학원론’ 공저자다. 사무엘슨은 1948년 경제학원론을 발간했는데 노드하우스는 19번째 개정판을 함께 썼다.

그는 후생경제학 분야에서도 이름을 떨쳤다. 경제적 후생을 측정하는 경제후생지표(MEW·Measure of Economic Welfare)를 개발하기도 했다. 국민총생산(GNP)에 가정주부의 서비스, 여가의 가치를 더하고 공해비용을 뺀 것이다. 1992년에는 사무엘슨 교수와 함께 기존 GDP(국내총생산)에 복지의 개념을 포함한 지표 ‘NEW(Net Economic Welfare)’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기후변화협약 등에서 정책목표로 사용되는 ‘2℃ 문턱값(임계값)’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1977년 발표한 '경제 성장과 기후 : 이산화탄소 문제'라는 논문에서 "현재 평균 기온보다 2~3℃ 이상 높은 경우는 지난 수십만 년 동안 관측된 범위를 벗어난 기후"라고 주장했다. 향후 10~20년 이후의 평균 기온 상승폭 ‘2℃’를 넘지 못하도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절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다.

그가 제안한 ‘2℃ 이내’ 정책 목표는 1990년대에 이르러 구체적인 정책목표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2009년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 합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6년 뒤인 2015년 파리총회에서 안건으로 결정됐다.

2017년 한국기후변화학회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한 이지웅 부경대 교수는 "로드하우스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법을 개척한 인물로, 1990년대 이후 그가 발표한 각종 연구결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 등 주요 기후변화 정책 수립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면서 "그가 기후변화와 기존의 경제성장모형을 결합해 개발한 DICE(Dynamic Integrated Climate-Economy) 모형은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 분석의 경제학계의 주요한 분석도구 중 하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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