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이 '17시간 기름 불' 냈다...스리랑카 노동자 긴급체포

입력 2018.10.08 19:20 | 수정 2018.10.08 21:46

외국인 노동자가 날린 ‘행운기원’ 풍등
강매터널서 북서풍 타고 저유소로 날아와
‘풍등에 대형화재?’ 의문은 여전

17시간 동안 석유 260만리터(ℓ)를 태우고 약 44억원의 피해를 낸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대형 화재 사건 원인이 ‘풍등(風燈)’이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8일 "대한송유관공사 고양 저유소(貯油所)에서 지난 7일 발생한 대형화재와 관련,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 D(27)씨를 실화(失火)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 D씨가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날린 풍등이 인근 저유소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등 내부의 불씨가 저유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탱크 내부로 옮겨붙어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풍등은 종이로 만든 등을 안쪽에 부착한 고체 연료나 초를 태워 하늘로 띄우는 소형 열기구다.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고양 저유소에서 기름탱크 폭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화재 발생 17시간 만인 8일 오전 3시58분쯤 완전 진화됐다. /뉴시스
경찰은 저유소 근처 CCTV 분석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풍등을 날린 강매터널 공사장은 저유소에서 서쪽으로 650m 직선 거리에 있다. 이날 바람은 북서풍으로, 강매터널에서 저유소 방향으로 불고 있었다.

D씨는 서울-문산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D씨가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풍등을 날렸는데, 유류 저장소 근처 잔디밭에 떨어져 불이 붙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8일 오후 4시 30분쯤 근무지에서 일하고 있던 용의자 D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붙잡힌 D씨는 이날 문구점에서 풍등을 산 뒤 바람에 날린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에 "호기심에 풍등을 날려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D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풍등’을 화재의 단일원인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남는다. 대형 저유시설이 작은 불씨 하나로 폭발화재로 이어지는 정도의 ‘취약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대한송유관공사 측의 ‘시설 관리 부실’ 문제도 짚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풍등은 종이로 만든 등 안쪽에 촛불을 붙여 하늘로 날리는 것으로 각 지자체에서도 풍등 축제로 인한 사고가 빈발해왔다. 사진은 서울에서 열린 풍등행사의 모습. /조선DB
◇‘미스터리’ 고양 저유소 화재원인, 바람타고 온 ‘풍등’으로 가닥
완진까지 17시간이나 걸린 이번 화재는 그 규모가 크고, 화재 진압 후에도 화재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아 여러 의혹이 제기됐었다.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7일 오전 10시56분쯤으로 휘발유가 저장된 원형 탱크의 폭발과 함께 발생했다.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원형탱크 상부가 날아가면서 불기둥이 치솟았다. 화재는 40여 분 만인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정오쯤 폭발음과 함께 2차 폭발이 일어났다. 주택가가 화재 현장과 떨어져 있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이 나자 고양을 비롯, 수도권 곳곳에서 "불이 난 것 같다" "타는 냄새가 난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는 시민들의 119 신고가 빗발쳤다. 실제 화재가 난 고양 저유소에서 직선거리로 약 21km 떨어진 서울 잠실까지 검은 연기가 퍼진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이 불을 끄는 데 680여명의 소방인력, 151대의 장비를 동원했지만, 불길을 잡는데 모두 17시간이 걸렸다. 대형 유류 화재는 소화액으로 진화하기가 어렵워 소방당국은 맞닿은 경유 탱크에 휘발유 180만ℓ 이상을 옮긴 뒤 하부 배관을 통해 물을 주입해 휘발유를 띄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490만ℓ 용량의 기름 탱크에는 440만ℓ의 휘발유가 남아 있었고, 이 중 다른 탱크로 옮긴 180만ℓ를 뺀 260만ℓ 휘발유가 17시간이나 연소됐다. 이는 주유소 40여곳 이상을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소방당국은 옥외탱크 1기가 불에 타, 43억4951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서울북부저유지 지하 탱크 화재가 완전 진화된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화재현장에서 소방 관계자 등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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