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는 MB것" 1심… 진술·정황 증거만의 '이례적 판결'

입력 2018.10.08 03:00

법원, 그간 소유권에 엄격한 잣대… 이번엔 직접 증거 없이 인정
국가가 '네 것' 가려준 소송… 법조계 "처음부터 끝까지 이례적"

"서로 자기 것이라고 다투는 소송은 많이 봤어도, 온 나라가 나서서 '이 기업은 당신 것'이라고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지난 5일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형사재판 선고를 본 한 전직 대법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의 자금 349억원을 횡령하고, 111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다스의 실소유자' 문제였다. 검찰이 그가 다스의 실소유자라는 것을 전제로 범죄 혐의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날 "다스의 실소유자는 이 전 대통령"이라며 징역 15년의 중형(重刑)을 선고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례적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소유권 판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법원이 직접 증거 없이 관련자들 진술로 기업의 '사실상 소유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회사 소유자를 따질 때 명의(名義)가 누구 앞으로 되어 있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명의자를 소유자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다스의 주주명부에는 이상은 회장(47%), 이 전 대통령 처남 고(故) 김재정씨의 아내 권영미씨(26%) 등이 올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한 주(株)도 갖고 있지 않다. 그동안 법원은 민사사건에서 주식 명의자가 아닌 사람을 주주로 인정할 경우 '주식 명의신탁 약정서' 등의 객관적인 증거를 요구해 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차명(借名) 주식은 통상 명의를 빌려주기로 약정하는 서류가 있다"며 "관련 소송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했다.

물론 형사 사건은 실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명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민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법원이 회사 대표이사가 아닌 경우에도 책임을 물린 경우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명의신탁이나 경영 관여 등 구체적인 정황을 요구했다. 예컨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그가 한 피자 반죽 업체의 실소유자라고 판단했다. 그가 고향 친구를 대표이사로 앉혀 명의신탁을 했고 주식 일부(10%)를 보유한 상태에서 경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다스 전무 등 관계자들의 진술 및 정황을 유력한 증거로 들어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자라고 했다. 회사 서류, 입출금 내역 등도 있었지만 그 자체로 소유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아니었다.

실소유자 다툼에서 핵심 증거인 명의자의 입장도 이번 소송에선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대주주인 이상은 회장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라고 한다면 명확하지만 그런 진술도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 회장이 오히려 다스 소유권을 주장해 검찰로서는 불리한 증거라 내놓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은 시작부터도 다른 사건과 달랐다. 일반적으로 소유권 분쟁은 서로 '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검찰은 오히려 "당신 것이 맞는다"는 형태로 수사와 재판이 이뤄졌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다스의 실소유자'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도 치열하게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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