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코리아로 뭉친 세리 키즈, 안방서 첫 '왕관'

입력 2018.10.08 03:00

한국, 여자 골프 국가대항전 UL인터내셔널 크라운 첫 우승

유소연(28)은 7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한 공이 워터 해저드 구역에 떨어지자 20년 전 박세리처럼 양말을 벗고 물속에 발을 담근 채 샷을 했다. 홀을 내주긴 했지만 승부를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하겠다는 결의가 번뜩였다.

마지막 날 싱글 매치 플레이 최종 주자로 나섰던 그는 미국의 렉시 톰프슨에게 중반까지 2홀 차로 끌려가다 끝내 무승부를 만들어내는 투혼을 보였다.

왕관 들고 셀카 찍는 한국 드림팀
왕관 들고 셀카 찍는 한국 드림팀 - 한국 여자 골프가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한국은 7일 막을 내린 국가 대항전‘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승점 15를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다. 사진은 선수들이 우승 왕관을 들고 셀카를 찍는 모습. 왼쪽부터 전인지·유소연·김인경·박성현이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물에 들어가‘맨발 샷’을 날린 유소연은“20년 전 세리 언니가 (1998 US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샷하는 장면을 보고 자랐는데 나도 그렇게 하게 될줄은 몰랐다”고 했다.
물에 들어가‘맨발 샷’을 날린 유소연은“20년 전 세리 언니가 (1998 US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샷하는 장면을 보고 자랐는데 나도 그렇게 하게 될줄은 몰랐다”고 했다. /JTBC골프
맏언니 김인경(30)은 잉글랜드의 브론트 로와 접전을 펼치면서도 2홀 차 역전승을 거두며 한국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른 선수들의 연쇄 불참 선언으로 전격 합류했던 막내 전인지(24)는 나흘간 4전 전승을 거뒀다. 세계 1위 박성현(25)도 첫 출전 부담 속에서 호쾌한 버디를 많이 잡아냈다.

김인경·유소연·박성현·전인지로 이뤄진 한국 선수들은 우승을 확정 짓고는 대형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서로 포옹하고 기뻐했다. 힘을 모아 시련을 이겨낸 친자매들 같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 외신기자는 "오늘 단체전 우승으로 한국 여자골퍼들이 진짜 세계 최강이라는 걸 분명히 보여줬다"고 했다.

7일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UL인터내셔널 크라운. 한국은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승점 15(7승1무2패)를 따내 승점 11을 기록한 공동 2위 미국과 잉글랜드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은 스페인이 정상에 올랐던 2014년 1회 대회에선 3위, 미국이 우승한 2016년 2회 대회에선 2위에 머물렀다.

2018 UL인터내셔널 크라운 최종 성적 외
한국은 7일 오전 치른 예선 3차전 잔여경기(포볼)에서 잉글랜드에 2승을 거두며 승점 10으로 1위를 유지한 채 마지막 싱글 매치플레이에 나섰다. 세계 1위 박성현이 2위인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과 맞붙고, 마지막 경기에는 2년 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벌타 소동 끝에 연장 대결을 벌였던 미국의 렉시 톰프슨과 당시 우승자인 유소연이 대결했다.

유소연은 "선수들끼리 상의한 결과 태국에서 (에리야) 쭈타누깐이 한국 상대로 나올 테니 세계 1위인 박성현이 나가고, 브리티시오픈 우승 경험이 있는 김인경이 잉글랜드 선수를 상대하고, 퍼팅감이 좋았던 내가 마지막 주자로 나서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한국은 잉글랜드가 선전을 펼치고 첫 번째 주자 박성현이 패하며 경기 중반까지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나선 전인지가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에 1홀 차 승리를 거둔 데 이어, 김인경이 2홀 차 승리를 거두며 첫 우승을 확정했다. 중반까지 2홀 차로 끌려가던 유소연도 14번 홀(파4), 16번 홀(파4) 버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1~3회 대회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모두 출전하며 대회 통산 최다 승점 기록(19점)을 세운 유소연은 "처음엔 홈 팬들 응원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워낙 뜨겁게 격려를 해주셔서 첫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전인지는 "그동안 생각이 너무 많았다. 이번 대회에 승점 1점이라도 따겠다고 몰입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골프를 할 수 있었다. 내 골프 인생에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벅찬 표정을 지었다. 최고 수훈 선수를 꼽아달라는 외신 기자 요청에 김인경은 "우리 4명 모두이다. 이렇게 같은 팀으로 뛸 수 있었던 건 최고의 경험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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