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손에서 재탄생한 강원도 설화 여덟 편

입력 2018.10.06 03:00

오정희의 기담
오정희의 기담

오정희 지음|책읽는섬|173쪽|1만3000원


소설가 오정희가 강원도 설화(說話) 여덟 편을 현대 소설 감각이 담긴 기담(奇談)으로 되살렸다. 사람이 구렁이를 낳고, 그 구렁이가 훤칠한 사내로 둔갑하거나 누이가 죽은 남동생을 되살리는 주문을 왼다든지, 그 누이가 남장(男裝)해 부잣집 딸과 혼인한다는 이야기들이다. 이상야릇한 옛이야기를 오늘의 언어로 다듬어 환상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수록작은 대개 심성이 곱고 바지런한 여성이 어처구니없게 겪는 애사(哀史)를 담고 있다. 맨 끝에 실린 단편 '고씨네'가 대표적이다. 고씨 성을 가진 여인이 산골 선비에게 시집갔다. 아내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남편을 힘들게 공부시켰다. 남편이 과거를 보러 떠난 뒤 소식이 끊겼다. 오래 기다리던 아내는 남편이 죽은 줄 알고 홀아비 사냥꾼과 재혼했다. 사냥꾼은 곧 멧돼지에게 받혀 죽었다. 어느 날 장원급제한 옛 남편이 나타났다.

남편은 아내를 버리려고 숙제를 냈다. 물동이 가득 물을 채우고 "저 고개 꼭대기에 가서 물을 쏟은 뒤 도로 퍼 담아 한 동이 가득 채워오면 당신을 받아들이겠소"라고 했다. 아내는 물을 마른 땅에 붓고 다시 담으려 했지만, 한번 쏟은 물을 다시 퍼 담을 수 없었다. 남편의 속셈을 뒤늦게 깨달았다. 좌절한 그녀는 식음을 전폐한 채 물동이 옆에서 말라 죽었다. 그제야 남편은 아내가 죽은 자리에 막대를 꽂고 색색 천을 매달아 참회했다. 이후 사연을 알게 된 사람들이 고개를 넘으며 그 막대 곁을 지날 때마다 떡 조각을 붙이곤 '고지네, 고지네'라고 고씨네를 불러 그 넋을 달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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