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이국종, 사람 살리려 메스 대신 펜을 들다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입력 2018.10.06 03:00

    골든아워
    골든아워

    이국종 지음|흐름출판|1권 440쪽·2권 380쪽
    각 권 1만5800원


    그의 문장에서는 피비린내가 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피 냄새다. 의사 이국종이 메스 대신 펜이라는 또 다른 칼을 들었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당해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는 이런 문장으로 독자의 심장을 겨눈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다. 석 선장은 무겁게 떨어지는 칼날이었다. (…) 석 선장이 살 가능성은 희박했고, 최악의 경우 내가 져야 할 책임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지난해 북한군 귀순 병사를 수술했을 때, 그는 환자 상태 브리핑에서 복강 내 기생충을 언급해 구설에 올랐다. "환자는 군을 비롯해 국가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고, 이 환자에 관한 한 내 의지는 끼어들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또다시 내 뜻과 무관하게 그 말들 한가운데 놓였다. 말이 말을 낳는, 말의 잔치 속에서 이리저리 뒤채는 인생이 한심스러웠다."

    문장은 무겁고 장중하다. 그는 서문에서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를 등뼈 삼아 글을 정리해보려 애썼다"고 했다. 책을 준비하는 동안 만난 김훈은 그에게 "의사의 글쓰기는 전문 작가의 글쓰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짧게 조언했다. 해군으로 복무한 이국종은 책에서 자신을 '칼의 노래'의 주인공 이순신과 동일시한다. 중증 외상 의료 시스템 정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는 곧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오롯이 감내하면서도 알 수 없는 무의미와 끝까지 싸우는 조직 내 중간 관리자"인 이순신이다. '글도 잘 쓰는' 이국종의 새로운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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