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열무꽃은 없다네

조선일보
  • 이한수 Books팀장
    입력 2018.10.06 03:00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
    소설가 김동리(1913~1995)가 제자 문인의 원고에서 '이름 모를 꽃'이라고 쓴 대목을 보고 불같이 화를 냈답니다. "네가 이름을 모를 뿐이지 세상에 이름 모를 꽃이 어디 있어? 작가라면 물어서라도 꽃 이름을 알아야지!" 소설가 문순태가 습작 시절 겪었다는 일화입니다. 글을 다루는 장인(匠人)이라면 엄격해야 하겠지요. 이런 스승 앞에 서면 "너는 연필만 3년 더 깎아라"는 꾸지람을 들을 것만 같습니다.

    신간 '시인들이 결딴낸 우리말'(문학수첩)은 유명 시인의 작품을 예시하고 잘못을 엄격하게 꾸짖습니다. 다음 시 세 편에서 잘못은 무엇일까요. '열무를 심어놓고 게을러/ 뿌리를 놓치고 줄기를 놓치고/ 가까스로 꽃을 얻었다 공중에/ 흰 열무꽃이 파다하다'(문태준 '극빈' 부분). '기차 소리 젖은 강물 위로 어머니 그림자 내 그림자/ 하얀 열무꽃처럼 떠올라 둥둥 떠올라'(신현림 '하얀 열무꽃처럼' 부분).'봄비가 내려/ 텃밭 가득 만개한 열무꽃/ 한 잎 두 잎 지고 있었다'(이재무 '동해안 전선2' 부분).

    '시인들이 결딴낸 우리말'

    그렇습니다. '열무꽃'. 196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인 저자 권오운(76)에 따르면 '열무꽃'은 없다네요. 열무는 무의 종류가 아니라 어린 무이고, 꽃이 피었다면 이미 어린 무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권씨는 "작가든 시인이든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 우리 말글쯤이야 만만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강하게 비판합니다. 대상이 된 시인은 기분 상할 듯도 하네요. 그래도 우리 말글을 아름답게 지키자는 충정을 이해합니다. 곧(10월 9일) 한글날이네요.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