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또 '민영화 괴담'

조선일보
  • 박은호 논설위원
    입력 2018.10.06 03:12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2011년 한국에 와서 텅스텐 절삭공구 전문 제조업체인 대구텍을 찾아갔다. 그는 "내가 투자한 회사 가운데 두 차례나 직접 방문한 회사는 대구텍이 처음"이라고 했다. 텅스텐을 캐내던 대한중석이 1994년 민영화한 회사가 대구텍이다. 미운 오리 공기업이 백조로 부활한 셈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1968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대한통운과 대한해운, 대한조선, 인천중공업 같은 곳이 잇따라 민간으로 넘어갔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보면 대표적인 민영화 사례로 꼽히는 게 KT다. 정부는 1987년부터 한국전기통신공사 매각에 나서서 2002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16년에 걸친 민영화 과정에서 큰 폭으로 요금을 내렸고, 공휴일 요금 할인제, 최초 1분 차등요금제 폐지 같은 조치를 이어갔다. 민영화 완료 2년이 지나자 그 직전보다 요금이 절반 가까이 또 내려갔다. 포스코, 코리안리, KT&G처럼 민영화로 국부(國富)를 늘린 사례는 수두룩하다. 적자를 메울 세금을 더는 허비하지 않게 된 것도 적지 않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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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중턱 2만8163㎡ 부지에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이 있다. 778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작년 9월 완공됐다. 정부가 2015년 승인한 국내 1호 외국계 영리병원이다. 외국인 대상으로 성형·미용 같은 4개 부문 진료에 47병상을 갖췄다. 직원 134명도 채용해 매월 8억5000만원씩 월급을 주고 있다. 이 중 100여명은 제주도민이다.

    ▶그런데 이 병원은 여태 환자를 한 명도 못 받았다. 전국보건의료노조와 주민 일부가 '의료 민영화'를 이유로 반대하자 제주도가 개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대신 이 병원을 열지 말지 알아본다며 올 3월 도민 200명으로 구성된 '공론조사위'에 맡겼다. 어제 투표에서 주민 59%가 개원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제 제주지사의 마지막 결정만 남겨 두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장과 수자원공사에 국한된 수도 사업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자 "민영화하면 하루 수돗물 값이 14만원"이란 괴담이 돌면서 결국 무산됐다. 광우병 파동 때도 '뇌 송송, 구멍 탁'이란 괴담이 횡행했다. 이번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비가 폭등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진료 대상이 외국인에 한정돼 있는데도 이런 말이 턱도 없이 먹힌다. 규제 완화와 일자리 창출까지 외면하게 하는 게 민영화 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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