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손해'는 탈원전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책임지라

조선일보
입력 2018.10.06 03:15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포기할 경우 건설 참여 기업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지 법무법인에 검토를 의뢰했는데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한수원은 정부의 탈원전이 자신들로서는 천재지변 비슷한 '불가항력'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책임 면제' 사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랐던 모양이다. 신한울 3·4호기는 2015년 계획이 확정돼 2022년과 2023년 각각 준공 예정이었다. 원자로 등 주(主)기기 공급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지금까지 4900억원을 투입했다.

두산중공업 경우 원전 건설 방침이 정해진 후 '원자로 설비 제작에 들어가면 되겠느냐'고 착수 승인을 요청했고 한수원이 이를 승인했다. 따라서 한수원이 업체들에 손해 비용을 물어줘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도 이상한 이념에 빠져 한수원에 신규 원전 백지화를 강제한 정권과 그 추종 인물들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것이 옳다.

탈원전 정책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국회 제출 자료에서 탈원전으로 2030년까지 전력구입비가 당초보다 9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제출했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계산이다. 한전의 올 상반기 6개월 전력구입비만 해도 작년 상반기보다 2조1000억원이 늘었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LNG 구입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 LNG 수입 비용은 111억9900만달러로 작년 상반기 81억3400만달러보다 약 30억달러(약 3조3900억원) 더 들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0조원을 들여 48.7GW의 신재생 발전 설비를 짓겠다고 했다. 태양광·풍력의 실가동률을 15% 정도로 잡으면 신규 설비의 실제 발전 능력은 7.3GW 정도 된다. 멀쩡한데도 억지로 폐쇄시킨 월성1호기와 2029년까지 수명 연장 없이 폐기될 10기의 설비 용량을 합하면 9.23GW이다. 이 원전들을 85% 가동률만 유지해도 발전 능력이 7.84GW로 100조원 들인 신재생보다 많은 출력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2001~2010년의 국내 원전 평균 가동률은 92.6%였다. 외국에서 다 하는 것처럼 1차 수명 연장만 해도 100조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태양광·풍력은 햇빛이 없거나 바람이 약할 때를 대비한 백업용 가스발전소도 지어야 하고, 곳곳의 태양광·풍력을 기존 전력망에 연결하는 송전 설비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산자부가 '9조원이면 된다'고 하는 것은 이런 계산을 모두 생략한 것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으로 작년 상반기 1조2590억원 순이익을 냈던 한국전력은 올 상반기 1조169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한수원도 올 상반기 5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오래 버틸 수 없다. 결국 LNG 세금 인하로 이 기업들 비용을 줄여주거나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전 전력구입비가 9조원 늘면서 전기요금은 10.9% 인상될 것'이라 했지만, 실제 인상률은 정부가 말하는 것의 몇 배는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온실가스는 더 나오고, 공기는 나빠지고, 에너지 안보는 허약해지고, 원전 수출은 희미해지고, 원전 산업 토대는 붕괴되고, 고급 일자리가 사라지고, 4차 산업에 필수인 전력 공급이 불안해지고, 원전 후속 세대 육성이 어려워지고, 기술 인력 붕괴로 기존 원전의 안전은 더 취약해질 것이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가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넣었다고 비난해왔다. 탈원전으로 인한 국가적 자해(自害) 행위는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하나.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