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성범죄'에 맞선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의사 무퀘게·女인권운동가 무라드(종합)

입력 2018.10.05 20:53

올해 ‘99번째’ 노벨평화상은 ‘반(反)성폭력’에 앞장선 콩고민주공화국 의사 데니스 무퀘게(63)와 이란 소수민족 야디지족 여성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25)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 시각) 이들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하며 전쟁에서 성폭력을 종식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높게 샀다. 노벨위원회는 "두 수상자는 전쟁에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했다. 두 수상자는 전세계적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펼쳐진 가운데 전쟁 성범죄를 알리고 피해자를 앞장서서 도와온 인물들이다.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니스 무퀘게(왼쪽)과 나디아 무라드.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이날 노벨평화상의 키워드는 여성과 성폭력이었다. 노벨위원회는 "전쟁에서 여성과 그들의 근본적인 권리·안전이 인식되고 보호돼야만 더욱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며 "올해 데니스와 나디아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은 여성의 역할을 부각하기 위함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 둘은 (전세계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을 알리기 위한 훌륭한 플랫폼(노벨평화상)을 받았다"고 했다. 노벨위원회는 전쟁 중 여성들이 강간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국제사회와 각국 정부가 이를 해결하려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 ‘여자를 고치는 남자’ 데니스 무퀘게

‘여자를 고치는 남자’라는 별명을 가진 무퀘게는 콩고 동부 레메라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던 평범한 의사였다. 그러다 내전 중이던 1998년 무퀘게는 동부 부카부에 판지(Panzi) 병원을 세워 생식기와 허벅지 등에 총상을 입은 수많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치료해왔다. 이때부터 무퀘게는 전쟁 중 여성 피해자들을 치료하고 재활을 돕는 일에 일생을 바치고 있다.

무퀘게는 피해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기술을 가르치고 법률 조언도 해줬다. 숙소, 심리 상담, 직업 훈련, 교육 등도 지원했다. 이렇게 도움받은 여성만 5만명에 달한다.

그는 여성에 대해 성폭력을 자행하는 무장세력을 척결하는데 국제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무퀘게는 2012년 9월 유엔 연설에서 성폭력에 책임이 있는 무장세력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해야 하고,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을 끝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퀘게는 이런 행보에 불만을 품은 무장세력으로부터 습격을 받는 등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한때 프랑스에 있었으나 1년 만에 귀국해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공로로 그는 2016년 서울평화상을 비롯해 2008년 유엔인권상, 2014년 사하로프 인권상을 받았다.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니스 무퀘게(왼쪽)과 나디아 무라드.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 ‘IS 성폭력 고발’ 나디아 무라드, 17번째 女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라드는 역대 17번째 노벨평화상 여성 수상자가 됐다. 그는 2016년도 노벨평화상을 받은 말랄라 유사프자이에 이은 두번째 최연소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출신인 무라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성노예 피해자다. 그는 2014년 8월 이라크 북부 신자르 지역을 장악한 IS 대원들에게 납치돼 3개월간 집단 성폭행과 고문, 구타 등을 당했다. 이후 가까스로 탈출해 전세계에 IS의 성폭력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

인권운동가로 변신한 그는 2015년 9월 민족학살 혐의로 IS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첫 ‘인신매매 생존자 존엄성’을 위한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2017년에는 자서전 ‘마지막 소녀(The Last Girl)’를 펴냈다. 그는 "나는 세계에서 나같은 일을 겪은 마지막 소녀가 되고 싶다"며 성폭력이 근절돼야 한다고 했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의 아내이자 인권 변호사인 아말 클루니는 무라드를 가리켜 "침묵하기를 거부했다"고 했다. 그들은 "무라드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을 뿐만 아니라 희생된 야지디족과 성폭력 피해를 당한 모든 여성, 뒤에 남겨진 난민의 목소리가 됐다"고 평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무라드는 유럽평의회 인권상과 사하로프 인권상 등을 받았다. 지난 8월에는 동료 야지디족 운동가와 약혼했다.

2018년 10월 5일 베릿-라이스 안데르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데니스 무퀘게와 나디아 무라드를 발표하고 있다.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 문재인·김정은·트럼프 수상 불발

당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들은 올해 세차례 남북정상회담과 한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치르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세 정상이 더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한다는 여론도 조성됐다.

그러나 아직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 노벨위원회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여 공동수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이 로힝야족 인권을 무시해 노벨평화상 박탈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만약 한반도 비핵화가 불발됐을 때 노벨위원회가 불명예를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은 지난 1월 마감됐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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