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재즈가 흐르면… 가을은 한폭의 그림이 된다

입력 2018.10.05 03:48

[뜬 곳, 뜨는 곳] '음악 도시'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 되살려 매년 재즈 축제… 인구 6만 도시에 20만여명 방문

인구 6만명의 경기도 가평군은 해외의 유명 음악인에게 인구 1000만명의 서울만큼 유명하다. 매년 가을 열리는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의 영향이다. 가평군에서 주최하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2004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 15회를 맞는다. 작년까지 전 세계 55개국 총 5442명의 음악인이 자라섬을 찾았다. "살면서 많은 재즈 페스티벌을 가봤지만 가평 자라섬 같은 축제는 처음이다(지기로흐 독일 재즈 레이블 ACT 대표)" "자라섬에서 재즈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 리뷰)"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올해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는 10개국 24개 팀이 무대에 오른다. 그래미상을 5번 수상한 '더 블라인드 보이스 오브 앨라배마', 재즈 피아노의 전설로 불리는 칼라 블레이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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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이면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은 거대한 재즈 클럽이 된다. 2004년 시작해 올해로 15회째 전 세계 음악인들을 불러모으는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새 사업으로 지역을 살리기에 나선 군과 음악인들이 합심해 가평은 음악 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축제의 경제 효과는 460억원에 이른다. /자라섬청소년재즈센터
가평군은 자라섬 페스티벌을 육성해 세계적인 음악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원래 자라섬은 북한강 위에 버려진 섬이었다. 제대로 된 이름도 없었다. 중국 사람이 몰래 들어와 농사짓고 산다는 풍문 탓에 중국섬이라 불렸다. 면적은 68만300㎡. 여의도의 4분의 1 정도다.

쓸모없던 섬은 2003년 가평군의 한 공무원과 재즈공연 기획자의 눈에 띄었다. 당시 군은 지역을 상징할 행사를 찾고 있었다. 가평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자라섬이 후보지로 떠올랐다. 북한강을 낀 수려한 자연환경이 돋보였고, 입구만 통제하면 독립된 공연장으로 변신하는 이점이 있었다. 축제를 하기 위해 섬 이름부터 지었다. 옆모습이 자라처럼 생겨 자라섬이라 했다. 준비 당시 대부분의 사람이 실패를 확신했다. 우선 재즈란 장르가 매우 생소했다. 주민들은 "재즈란 음악 장르를 처음 듣는다" "가평과 재즈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반대했다.

새 사업으로 지역 살리기에 나선 군에서는 지역 주민 설득에 공을 들였다. 애물단지 섬을 축제 장소로 가꾸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했다. 일대에 캠핑장을 만들고 공연장 기반시설 조성에 나섰다. 자라섬 진입 쪽인 서도에 캠핑장과 수목원, 인라인스케이트장, 운동장 등 쉴 거리를 만들었다. 캠핑장에는 캠핑 차량 300대가 들어설 공간을 마련했다. 폭우에 섬이 잠길 것을 대비한 정비작업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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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서도에 마련된 대형 캠핑장. 캠핑 전용 차량 40대 등 300대 이상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가평군
"생소한 장르 아니냐"던 재즈의 단점은 축제를 키우는 장점이 됐다. 충성도 높은 소수 팬의 입소문을 타게 된 자라섬 페스티벌은 1회부터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골수 팬의 규모를 점점 늘려 갔다. "이런 풍광이 배경인 재즈 공연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못 한다"는 입소문은 세계적 연주인을 불러모았다. "축제를 위해 일해보고 싶다"는 자원봉사자들이 부산과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해 몰려들었다. 수백 명이 행사장 정리와 안내를 자청했다. 1회 때 3만명이 찾았던 축제는 10년 만인 11회 때 군 인구의 4배가 넘는 26만명이 찾는 세계적 규모의 행사로 자리 잡았다.

군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4회 행사 때 군의 수익은 171억128만원이다. 간접 경제 효과는 464억7000만원으로 추산했다.

자라섬 지도

축제가 유명세를 타자 가평에서 다른 음악 축제들도 앞다퉈 열렸다. 레인보우 페스티벌(2011년), 멜로디 포레스트(2014년), KT 보야지 투 자라섬(2015년) 등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자리 잡은 축제가 많다. 국내 대기업도 앞장서 자라섬에 브랜드를 홍보할 부스를 마련했다. 자라섬에 다른 축제를 하겠다는 이들이 생겨났다. 음악뿐 아니라 캠핑, 영화제, 막걸리 등 내용도 갖가지다. 지난해 20개, 올해 16개가 열리고 있다.

내년 1월에는 옛 가평역 부지에 음악 단지가 문을 연다. 경기도에서 예산 100억원을 지원하는 '음악역 1939'이다. 공연장, 녹음실, 연습실, 음악인 전용 숙박시설, 식당 등 총 6개 동이 들어선다. 자라섬과는 도보 15분 거리다. 자라섬을 찾는 국내외 음악인들은 음악역 1939에서 즉흥 공연을 펴거나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가평을 찾은 음악인들이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저장하고 기록할 공간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수많은 창작활동이 가평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평과 음악을 연결하는 다양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자라섬청소년재즈센터에서는 낙후된 지역 곳곳에 재즈 관련 벽화를 그리거나 재즈 밴드 수업을 진행한다. 네덜란드, 프랑스 등 해외 음악 축제가 열리는 지역과 가평을 연계해 지역을 홍보하고 있다. 가평 특산물이 포도란 점에 착안해 '자라섬 뱅쇼'란 와인을 개발해 시중에 판매 중이다. 자라섬 뱅쇼는 음악축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획상품이 됐다. 군 관계자는 "음악을 통해 시골 동네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며 "가평은 한국을 대표할 음악 마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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