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보도된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에 북한 핵무기에 대한 신고 요구를 미루고, 협상의 다음 단계로서 북한 핵심 핵 시설(영변)의 검증된 폐쇄를 받아들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장관은 유엔총회 참석 중 이뤄진 WP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핵) 리스트를 요구하는 것은 그 후 이어질 검증과 관련한 논란 속에 협상을 교착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우리 외교장관이 '핵 리스트 신고·검증을 후순위로 미루자'고 공개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한 정부 공식 입장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 장관은 또 "북한은 그들의 핵 프로그램 중 매우 큰 부분인 영변 핵 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고 시사하고 있다"며 "만약 북한이 종전 선언 같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대가로서 그렇게 한다면 비핵화에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핵무기 신고·검증은 뒤로 미루고, 우선 북한이 원하는 대로 종전 선언을 통해 영변 핵 시설 폐기를 이끌어내자는 뜻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이날 내신 브리핑에서도 해당 발언을 인정하며 "융통성 있는 생각은 미국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남·북·미 간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신고·검증이 핵심적인데, 이를 후순위로 미루면 북한의 이익만 대변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