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탈원전 정책에… 1만4000년 된 원시림 벌목 나서

조선일보
  • 배준용 기자
    입력 2018.10.05 03:02

    갈탄 매장된 숲… 광산 개발 추진
    환경운동가들 나무에 집 짓고 저지, 지난달 철거 나선 경찰과 충돌

    독일이 '탈(脫)원전' 정책 목표 때문에 1만2000~1만4000년 전부터 형성된 원시림 벌목을 추진해 큰 논란을 낳고 있다.

    토마스 바라이스 독일 에너지부 차관이 1일(현지 시각) 런던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행사에서 "함바흐 숲 광산이 개발돼야 한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독일 서부 쾰른시 인근에 있는 함바흐(Hambach) 숲은 1만여년 이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전문가들은 "숲에 희귀 동·식물 142종이 사는 원시림으로, 보존 가치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숲 아래에는 15억t의 갈탄(褐炭)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라이스 차관이 함바흐 숲 개발을 주장한 것은 독일의 2022년 완전 탈원전 목표와 관련돼 있다. 원자력 발전을 줄이는 과정에서 독일 전체 전력의 40%를 석탄 발전이 맡게 돼 안정적인 석탄 공급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함바흐 숲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경 보호 단체들은 즉각 "독일 정부가 친환경과 온실가스 감축을 표방하면서도 탈원전에 얽매여 석탄 사용을 늘리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제는 함바흐 숲 소유권을 독일 석탄에너지 기업 RWE가 갖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RWE가 숲을 개간해 갈탄을 캐려 하자 환경 운동가들이 숲으로 몰려들었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환경 운동가 70여명이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며 광산 개발을 저지하고 있다. 지난달 독일 경찰이 함바흐 숲 환경 운동가들의 나무집을 철거하고 환경 운동가들을 숲에서 쫓는 작전을 벌였는데, 이를 취재하던 사진 기자가 나무 위에서 추락해 즉사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철거 작전이 중단되는 등 양측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함바흐 숲 개발을 둘러싼 독일 정부 내 손발도 맞지 않는다. 독일 연방 환경보호국 우빌 리프리치 기후변화·에너지 담당 국장은 "정부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갈탄 사용을 늘리는 건 (정책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올해 초 석탄 사용을 줄여 보자며 '석탄위원회'를 발족하고 각계 전문가를 모아 연내에 독일의 석탄 사용 감축을 위한 총체적인 구상을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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