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입담, 곰삭은 해학으로 농촌의 속살을 드러내다

조선일보
입력 2018.10.05 03:02

[2018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 [4] 김종광 '놀러 가자고요'

김종광의 '놀러 가자고요'(작가정신)는 사람이 산 지 120년밖에 안 됐다는 충남의 시골 마을 '범골'을 무대로 한 연작소설이 중심을 이룬 소설집이다. "그런 사람이랑 위칙히 살았슈. 나처럼 남편을 확 잡고 살아두 속상한 게 많은 법인디"라는 구수한 사투리와 해학적 표현이 넘친다. "범골에 이앙기가 맨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1986년이었고, 손으로 모 심는 이가 멸종한 것이 1998년이었다"고 서술하면서 오늘날 농촌의 변동과 새로운 풍속을 희극적으로 다룬다.  /편집자

[심사위원 評]

작품집에 실린 아홉 편의 소설은 일단 대단히 재미있다. 특히 충남 보령군 소재 리 단위 농촌 공동체인 '범골'의 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인물, 크고 작은 사건들과 소소한 일상생활의 풍경을 그린 소설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실제 그 시공간에서 보고 듣고 겪는 일인 듯 생생한 느낌을 갖게 한다.

김종광은 “농촌 사람들이 도시인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소설집에 담았다”고 했다.
김종광은 “농촌 사람들이 도시인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소설집에 담았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김종광 소설의 재미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놀라운 능력과 거침없는 입담,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부대끼게 마련인 오욕칠정을 곰삭인 해학에 있을 것이다. 능청스럽고 의뭉스러운 서술로 짐작과는 다른 속살을 짚어내며 정곡을 찌르고 지금 여기서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젊은이들이 떠나가고 농업 기반이 사라져가고 풍속과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 변모의 과정을 겪어가는 농촌의 모습이 쓸쓸하고 애잔하나 결코 퇴영적으로 비치지 않는 것은 어떠한 질곡 속에서도 살아내는 생명과 삶에 대한 작가의 믿음, 따뜻한 긍정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안에 배어 있는 농경민으로서의 사유의 결과 정서, 인지상정의 미묘한 변화 과정을 훌륭히 소설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상투적 감상성과 비판을 넘어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사를 진솔한 현실감, 현장감으로 포착하고 있기에 단순히 농촌소설이거나 세태소설로 규정할 수 없는 '좋은 소설'들이 되었다.  /오정희 소설가

[작가의 말] 한숨도 나눠 갖는 농민, 그들의 이야기

'놀러 가자고요'는 사라진 듯하지만 분명히 현존하는 농촌을 주제로 한 소설집이다. 대개 1980년경~현재의 농촌을 이야기 현장으로 삼았다. 농촌 사람들이 도시 사람들에게 전하는 웃기고 짠하고 서글픈 얘기들이다. 다양한 인생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을 담고자 했다. 한숨을 나눠 갖는 가족과 농촌 구성원의 공존 노력을 기리고자 했다. '지루하고 사소한 농민으로서의 삶을 경이롭고 기억할 만한 사건의 연속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소설집을 구상했다. 농촌과 그곳에 사람이 아직 존재하는 한 그곳을 기록해야 한다는, 나름의 사명감으로 쓴 이야기들이다. 내 소설이 주류 본격소설과 대세 장르소설에 동떨어진 '집단적 경험과 기억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야기에 가까운 글'이라는 비평이 청개구리처럼 고맙고 뿌듯하다.  /김종광·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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