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듯한 목욕탕… 옛날 감성을 자극하네

조선일보
  • 김선엽 기자
    입력 2018.10.04 03:36

    [서울 '장수가게'를 찾아서] [13] 52년된 대중탕 '원삼탕'

    서울 용산구 원효로 3가에 있는 목욕탕 '원삼탕'은 1966년에 지금 자리에 문을 열었다. 그 후 50년 넘도록 원삼탕의 시간은 멈춰 있다. 개업 당시 들여왔던 나무 평상이 탈의실 마루를 지키고 있다. 화장실 문짝과 낡은 이발 의자도 예전 그대로다. 1980년대 냉장고가 돌아가고, 1990년대 삼성 평면 텔레비전이 나온다. '최신' 제품은 구석에 있는 스탠드형 에어컨으로, 들여놓은 지 10년밖에 안 됐다.

    현재 주인인 진중길(77)씨는 1987년 원삼탕을 인수했다. 구로공단 염색공장에서 일하다 "목욕탕을 운영하면 아침마다 개운하게 씻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부업 삼아 맡게 됐다. 지난달 18일 만난 진씨는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 중 한 곳일 것"이라며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더니 예전 손님들이 지금도 계속 온다"고 말했다. 3층짜리 건물 중 1층이 여탕, 2층이 남탕이다. 3층은 진씨의 살림집이다. 탕은 40평 남짓이다. 층별로 온탕 2개, 냉탕 1개, 한증막 1개가 있다. 샤워기는 10개가 전부다. 요금은 성인 한 명에 6500원. 다른 찜질방이나 사우나보다 저렴한 편이다.

    서울 용산구 목욕탕 ‘원삼탕’. 1966년 개업해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 용산구 목욕탕 ‘원삼탕’. 1966년 개업해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운호 기자
    원삼탕은 한때 하루 수백 명이 찾아와 고단함을 씻어내던 서울의 명소였다. 지금 용산전자상가 자리에 있던 청과시장 덕을 봤다. 새벽 과일 경매가 끝나고 몰려드는 상인들이 주 고객이었다. 손님은 1990년대 들어서며 점점 줄었다. 대중탕의 인기가 식어가던 무렵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종업원이 1~4명인 목욕탕은 2000년 7848곳에서 2012년 4989곳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요즘도 원삼탕은 남탕과 여탕을 합쳐 평일 평균 30~40명, 주말 평균 60~70명이 꾸준히 찾아온다. 원삼탕을 추억이자 역사로 여기는 단골들이다. 단골 중에는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있다. 진 의원은 3주에 한 번씩 이발을 하고 간다고 한다.

    인근에 살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뒤로도 원삼탕이 좋다며 일부러 오기도 한다. 5년 전 경기도 파주로 이사한 김성봉(65)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원삼탕에서 목욕을 하고 이발을 한다. 김씨는 "원삼탕은 지상에 있는 데다 창문까지 있어 좋다"며 "뜨거운 탕에 들어가 창밖 나무를 바라보노라면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씨가 인수하기 이전부터 원삼탕을 지켜온 이발사 김경수(67)씨와 세신사 채종철(76)씨의 훌륭한 솜씨를 잊지 못해 찾아온다는 손님도 많다. 두 달 전부터는 '신입' 세신사 최영자(64)씨가 여성 손님들을 맞이한다.

    예전 모습을 간직한 원삼탕의 몸값은 최근 들어 부쩍 높아졌다. TV나 영화 등 대중 매체에서 '과거'를 보여주는 인기 촬영지가 됐다. 3일부터 방영된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에도 원삼탕이 나온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힘내요, 미스터 김!',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방송을 탄 이후 젊은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와 목욕을 하고 가기도 한다. 친구와 함께 원삼탕을 찾은 대학생 한준영(21)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오래된 목욕탕에 오니 신기하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하고 물도 좋아 놀랐다"고 했다. 용산구 주민 김정태(48)씨는 "원삼탕은 서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곳이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존한 역사적인 장소"라며 "골동품처럼 갈수록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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