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앞에 국군 유해 200구" 땅속 3m까지 지뢰제거 작전

입력 2018.10.04 03:01

65년 긴장의 땅 DMZ, 화살머리 고지 지뢰제거 현장 가보니

"두두두두두…." 2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 고지에서 요란한 기계음이 울렸다. 지뢰 제거 장비 중 하나인 공압기의 탱크(콤프레서) 소리였다. DMZ에선 오인으로 인한 사격 등을 막기 위해 소음이 큰 기계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남북은 지난 9월 19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내년 4월부터 DMZ 화살머리 고지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북 공동 유해발굴을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1일부터 11월 말까지 지뢰와 폭발물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화살머리 고지는 곳곳에 붉은 단풍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6·25 전쟁 당시는 피로 물든 곳이었다.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국군과 유엔군이 북한, 중공군과 세 차례 격전을 치렀다. 이곳에는 우리 국군 전사자 유해 200여 구 외에 북한군, 미군·프랑스군 등 유엔군, 중공군 등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북이 합의한 고지 일대 공동 유해발굴 면적은 총 5㎢다. 화살머리 고지는 크게 3개 봉우리로 나뉜다. 2개는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우리 측에, 1개는 북측에 있다. 이날 화살머리 고지에서 지뢰 제거에 나선 북한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북측 작업지역이 멀리 떨어진 데다 고개 뒤편이었기 때문이다. 약 1.5~2㎞ 떨어진 DMZ 내 북한군 GP(감시초소) 3개만 선명하게 보였다. 군 관계자는 "북측은 1일부터 지뢰 제거 작업에 나섰다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며 "양측이 화살머리 고지에서 실제로 만나는 건 공동 유해발굴이 본격 실시되는 내년 4월 이후일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은 올해 DMZ 수색로 일부와 6·25 당시 교통호(참호) 지역에서 지뢰와 폭발물을 우선 제거하기로 했다. 대상 구간은 수색로의 경우 폭 4m·길이 800m, 교통호는 폭 10m·길이 500m다. 이 과정에서 유해가 발견될 경우를 대비해 국방부 유해발굴팀도 현장에 나와 있다.

공동 유해 발굴 앞두고… DMZ 지뢰 제거 시작 - 지난 2일 강원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GP 앞에서 우리 장병들이 비무장지대(DMZ) 내 첫 남북 공동 전사자 유해 발굴을 위해 지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내년 4월 이곳에서 남북 공동 유해 발굴을 하기로 합의함에 따른 것이다. 양측은 11월 말까지 지뢰와 폭발물 제거 작업을 할 예정이다.
공동 유해 발굴 앞두고… DMZ 지뢰 제거 시작 - 지난 2일 강원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 GP 앞에서 우리 장병들이 비무장지대(DMZ) 내 첫 남북 공동 전사자 유해 발굴을 위해 지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내년 4월 이곳에서 남북 공동 유해 발굴을 하기로 합의함에 따른 것이다. 양측은 11월 말까지 지뢰와 폭발물 제거 작업을 할 예정이다. /고운호 기자

지뢰 제거 작업에 나선 장병들은 총 136명. 경계를 담당하는 수색대대 인원을 포함해 20명씩 한 조로 움직였다. 우선 땅속 3m까지 지뢰·폭발물 감지가 가능한 탐지기를 이용해 샅샅이 훑고, 그 자리를 정밀 지뢰탐지기 2대로 다시 살펴보는 식이었다. 이상 물질이 발견되면 공압기를 이용해 공기로 땅을 뚫고 확인 작업에 나선다. 지뢰 제거 요원들은 지뢰 보호의, 보호신발, 특수헬멧 등을 착용한다. 지뢰 제거 장비까지 포함하면 무게가 20㎏이 넘는다고 한다. 10~15분 작업하고 다른 조와 교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장병들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현지 부대지휘관은 "이 지역에 우리 군이 지뢰를 매설했다는 기록은 없다"면서도 "미확인지뢰나 불발탄이 계속 발견돼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지뢰 제거 작업 이전에도 수색로 확보 등의 과정에서 수류탄, 박격포탄 등 약 10개의 폭발물이 발견됐다.

군은 유해발굴을 위한 DMZ 내 도로 개설 작업도 1일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방탄굴착기 등을 동원해 화살머리 고지 부근의 우리 GOP(최전방소초) 철책에서 군사분계선까지 폭 12m 도로를 약 1.7㎞ 내기로 했다. 내년에는 전기·통신선로와 배수로를 설치한 후 고지 부근에 유해 발굴을 위한 공동 사무소도 지을 예정이다.

GOP 철책에서 화살머리 고지로 가는 통문(입구)에는 1일부터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UNCMAC) 소속 군인 2명이 나와 있었다. 유엔사는 철원 DMZ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를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사전 승인했다. UNCMAC 소속 앤드루 저지(Judge) 소령(뉴질랜드군)은 "DMZ 안으로 들어가는 장비와 인원을 확인 중"이라며 "유엔군사령부는 지뢰 제거 작업과 관련해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계속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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