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윈스키가 내 딸이라면… 엄마 시각에서 본 스캔들

조선일보
  • 백수진 기자
    입력 2018.10.04 03:01

    美 베스트셀러 작가 개브리엘 제빈
    불륜으로 여성이 겪는 차별 다룬 '비바 제인' 최근 국내 번역 출간

    "책을 쓰기 전 르윈스키의 요즘 모습을 보고 너무 젊어 보여서 충격받았어요. 지금도 이렇게 젊은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추문이 난 20년 전에는 얼마나 어렸을까…. 그때부터 그녀에 대해 찾아보게 됐죠."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개브리엘 제빈(41)의 신간 '비바 제인'(루페)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유부남 정치인과의 불륜으로 인생이 무너지는 여성 인턴 '아비바'가 주인공. 스캔들보다는 그 후 여성이 겪어야 하는 편견과 차별에 집중한다. 15년 후 남성 의원은 정계에 복귀하지만 아비바는 인터넷에 남은 과거 기록 때문에 이름까지 '제인'으로 바꾸기로 한다. 소설을 쓴 개브리엘 제빈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실 르윈스키나 아비바뿐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면서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어린 시절의 실수로부터 도망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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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브리엘 제빈은 “만약 내 딸의 불륜을 알게 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엄마가 나서면 일이 더 악화될 뿐이라는 걸 이 책을 쓰면서 배웠다”고 말했다. /Hans Canosa

    차기 대통령으로 꼽히는 유력 정치인과 젊은 인턴의 불륜은 쑥덕거리기 딱 좋은 주제다. 하지만 그 인턴이 당신의 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설은 딸을 둘러싼 수군거림을 견뎌야 하는 엄마 레이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레이철을 포함해 아비바가 낳은 딸 루비, 바람난 정치인의 아내 엠베스 등 5명의 여성 입장에서 스캔들이 휩쓸고 지나간 후를 다각도로 비춘다. 워싱턴타임스는 "이미 알려진 정치적 스캔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해 작가가 얼마나 영리한 이야기꾼인지 보여줬다"고 평했다. 시카고트리뷴은 "탐욕스러운 군중의 호기심에 대해 우리의 오랜 신념과 관념을 재검토하게 만든다"고 했다.

    신파로 흘러가기 쉬운 주제지만 끝까지 쾌활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다. 특히 엄마 레이철이 딸을 보호하려 할수록 일이 더 꼬이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딸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엄마도 역시 타인이라 딸에 대해 온전히 알 수 없죠. 도움을 주려 한 행동이 의도치 않게 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요."

    제빈은 하버드대 출신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전작 '섬에 있는 서점'(2014)이 세계 32국에 번역 출간돼 수백만 권이 팔렸다. 출간할 때마다 기발한 발상과 재치 있는 구성으로 화제가 됐다.

    제빈은 한국인 어머니와 유대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외모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왔나" "영어 할 줄 아나" 같은 질문을 자주 받았다. 제빈은 "미국인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외국인 취급을 받아야 했다"면서 "내 출생 배경이 아웃사이더의 시선을 갖게 해 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 문화에 완전히 속하지 못할 때 '왜 나는 너와 다를까'를 질문하게 된다"면서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제 일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늘 인식하고 있어요. 어렸을 땐 외할머니가 만두와 김치를 해주셨고, 요즘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좋아합니다."

    그의 신간은 '미투(Me too) 열풍'이 거세게 불던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됐다. 미국 언론에서는 "르윈스키 다시 쓰기"라며 주목했다. 제빈은 "집필을 시작할 즈음에 있었던 2016년 미국 경선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왜 미국엔 성공한 여성 정치인이 별로 없을까' 의문을 갖게 됐다"고 했다. "20대 때는 별생각 없이 르윈스키를 '젊고 야망 있고 이기적인 여자'라고 비난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둘 사이의 불균형한 권력 관계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이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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