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청와대·정부 직원들의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이 의심된다며 사례를 공개하자 "의원님이 국회 보직을 하실 때 주말에 쓰신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했다. "의원님이 해외 출장 중 국내에서 쓴 유류비도 같은 기준"이라고도 했다. 두 사람은 심 의원 보좌진이 국가 재정정보 시스템에서 내려받은 정부 예산 집행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것이 적법한지를 두고 맞고소한 상태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지만 김 부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심 의원의 업무추진비를 거론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국회의원과 장관은 하는 역할 자체가 다르다. 장관은 세금을 쓰며 정책을 펴는 사람이고 의원은 그것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사람이다. 심 의원의 감시·견제가 지나쳤을 수는 있지만 장관이 의원을 감시하겠다고 나서는 듯한 행태는 처음 보는 것으로 도를 넘었다. 김 부총리도 국가 재정정보 시스템에서 심 의원 자료를 들여다보고 공격하는 것이라면 심 의원 보좌진의 행위를 비판할 근거도 없어진다.

국회의원도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이 있다면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 감사원 회계 검사나 국회 운영위원회 감사 등 정상적인 절차도 있다. 그런 절차를 놔두고 김 부총리가 정부 업무추진비의 몇 백분의 1도 안 될 심 의원의 과거 업무추진비를 거론하고 나온 것은 정치 공격과 다를 것이 없다. 이를 통해 정부 문제점 지적을 물타기하고 "우리도 야당 의원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면 놀라운 일이다. 청와대는 전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이 문제 됐을 때도 여야 의원들의 해외 출장 횟수를 공개해 맞불을 놨다. 지난 정권의 문제에는 가혹한 정권이 자신들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유독 참지 못하고 발끈한다.

심 의원은 기재부에서 부여받은 권한으로 재정정보 시스템에 접속한 뒤 컴퓨터 자판의 백스페이스 키를 두 번 눌러 예산 집행 내역을 열람하는 과정을 실제 시연해 보였다. 김 부총리는 이토록 허술한 시스템부터 고치고 사과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