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고 호안 미로 보고… 편의점으로 간 미술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10.03 03:01

    '손안의 미술관' 마케팅 전략… 식품·티슈 등 아트 컬래버레이션

    미술은 생활 곳곳에서 발견되기에,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잠시 미적 포만감에 빠져들 수도 있다. 출시 30주년을 맞아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호안 미로(1893~1983)의 그림을 겉봉에 새긴 '진라면'이 그런 경우다. 노랑·빨강·파랑 등 원색을 사용해 밝고 율동적인 단순한 구성의 이미지가 특징인데, 그의 세 작품 'The Melancholic singer' 'Morning star' 'The Nightingale's song at Midnight and the Morning rain' 속 문양을 추출해 넣은 것이다. 오뚜기 측은 "국내 라면 봉지에 해외 명화(名)가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급화와 더불어 미술 향유의 순간을 마련코자 했다"고 말했다.

    '한예지 휴지'.
    '한예지 휴지'. 아래 사진은 왼쪽부터 '진라면' '덴마크 우유' '피츠'. /한예지·오뚜기·동원F&B·롯데주류
    미술이 편의점으로 들어가고 있다. '손안의 미술관'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출범한 이른바 아트 컬래버레이션. 대중적 지명도 높은 예술 작품을 통해 제품의 인상을 손쉽게 전달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식품과 감기약 등 손 닿기 쉬운 제품군으로 미술이 속속 침투하고 있다. 음료가 빠질 수 없다. 최근 맥주 '피츠'는 미국 팝아트 작가 케니 샤프(60)의 그림을 그려넣은 한정판을 내놨다. 네덜란드 화가 반 고흐(1853~1890)의 대표작 '밤의 카페테라스' '해바라기' '고흐의 방'을 겉면에 인쇄한 스페셜 패키지를 발매한 캔커피 '칸타타'도 재미를 봤고, 동원F&B 우유 '덴마크 명화 시리즈'는 우유팩에 프랑스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피리 부는 소년' 등 고전 인물화를 삽입해 고급 가공유 시장 매출 1위에 올랐다.

    인터넷 마켓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화장지 회사 한예지 측이 브라질 팝아트 작가 로메로 브리토(55)와 협업해 내놓은 티슈 등이다. 생활 속 미술이 더러움을 닦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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