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출산하면 국민연금 혜택 대폭 늘려주자

조선일보
  • 김민철 선임기자
    입력 2018.10.03 03:14

    신생아 수 10년 만에 半 토막… 이대로면 국민연금에 직격탄
    출산 크레딧 인정기간 늘려 결혼·출산을 보상·독려해야

    김민철 선임기자
    김민철 선임기자
    "일부에서 결혼·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싱글세(稅)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번 검토해 볼 의향 있나?"(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

    "아이 안 갖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은 세금의 원래 취지와는 안 맞는 것 같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한쪽 이야기만 듣지 말고 양쪽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달라."

    "예, 알겠습니다."

    지난해 10월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오간 문답이다. 2014년에도 복지부 국장이 (그것도 비공식 자리에서) "싱글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가 "혼자인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내란 말이냐"는 큰 반발에 직면한 적이 있다. 그때 싱글세 논란은 끝난 줄 알았는데 지난해 국감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인구 전문가인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발표한 '신생아 수 변화요인 분석과 장래전망'에서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정부 전망보다 더 급격하게 감소해 2020년에 '한 해 신생아 30만명 선'이, 2026년에는 '20만명 선'이 깨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신생아 수가 40만6243명이었으니 2026년 10년 만에 반 토막 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인구 ○○'라고 해야 할지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싱글세 도입 같이 국민을 윽박질러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방식은 과거에도 통하지 않았고, 싱글들의 반발 때문에 도입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신생아 수가 이처럼 추락하는데, 정상적인 국가라면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저출산 여파 중에서 가장 실감 나는 말은 "이대로 가면 어떤 4대 보험 제도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벌써 10년 전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한 말이다. 특히 그해 걷어 그해 쓰는 방식(부과식)으로 운영하는 건강보험·고용보험보다 모아 두었다가 쓰는 방식(적립식)인 국민연금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제도에서 저출산을 완화할 방법은 없을까. 국민연금에 '출산 크레딧(credit)'이라는 제도가 있다. 2008년 이후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면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현행 제도는 첫째 자녀에 대한 지원은 없고, 둘째는 12개월, 셋째부터는 1명 추가 때마다 18개월을 더 인정(최대한도는 50개월)해 주고 있다. 역(逆)싱글세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홍보 부족 등으로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 혜택을 받아 국민연금을 더 받는 수급자가 올해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올 6월 현재 964명으로, 올해 안으로 1000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50대에 늦둥이를 낳은 사람들이다.

    마침 국민연금제도발전위는 첫째를 낳을 때부터 자녀 1인당 12개월씩 출산 크레딧을 부여하는 등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현재 국고 30%, 국민연금기금 70%인 출산 크레딧 재원 조달 방식을 100% 국고 지원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출산 크레딧'으로 가입 기간이 12개월 늘어나면 월 연금액은 약 2만5000원(2018년 기준) 오른다. 제도발전위 방안대로 하면, 자녀 1인당 월 2만5000원씩 연금을 더 받는 셈이다. 출산의 사회적 기여와 국민연금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출산 크레딧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자녀 1인당 월 10만원 정도 더 받을 수 있도록 12개월이 아니라 48개월 정도로 늘리는 것이다. 자녀 둘을 낳으면 매월 20만원, 셋을 낳으면 30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싱글세는 말만 꺼내도 반발 여론이 엄청나지만 출산 크레딧은 여론도 우호적인 편이다. 국민연금 받을 때 적용하는 것이라 당면한 저출산 해결에 효과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없지 않지만, 잘 알리면 의외로 호응을 받을 수도 있다. 저출산 극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같은 '출산 재앙' 상황에서 자녀를 낳는 사람들에게 그 정도 보상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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