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은 남성이 만든 것”…성차별적 내용 강연한 과학자, 직무 정지 당해

입력 2018.10.02 19:01

"물리학은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성차별적 내용을 강연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 고위 과학자의 직무가 정지됐다고 AFP 등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CERN은 유럽 12개국이 핵과 입자물리학을 연구하기 위해 1954년 설립한 기관으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8명을 배출했다.

이탈리아 피사 대학의 알레산드로 스트루미아 교수는 지난달 28일 CERN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주최한 ‘고에너지 이론과 젠더의 관계’ 워크숍에서 이같은 내용의 강의를 했다. 그는 해당 워크숍에 초청된 연사 38명 중 한 명이었다.

2013년에 열린 한 회의에서 강연 중인 알렉산드로 스트루미아 피사 대학 교수. /영국 텔레그래프
스트루미아 교수는 강연을 통해 "물리학은 남성에 의해 고안됐으며 초청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여성은 적절한 자격 없이 각종 혜택을 받으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에서의 일자리를 요구하고 있고, 이로 인해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연구소는 CERN과 관련한 해당 교수의 모든 활동을 중지시켰다. 연구소 측은 성명을 통해 "CERN은 워크숍에서 해당 과학자의 강연이 모욕적이었다고 판단한다"며 "개인적인 공격이나 모욕적 언사를 금지하는 행동 강령에 따라 온라인에서 강연 자료를 삭제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트루미아 교수는 일부 해명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는 않았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물리학 분야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해당 워크숍은 ‘남성은 나쁘고 성차별주의적’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했다"며 "나는 이를 검증했고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라고 밝혔다. 직무 정지 조치에 관해서는 "CERN이 뭔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라고도 했다.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를 이끌고 있는 파비올라 지아노티 소장의 모습. 그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CERN의 소장을 맡아 2016년부터 지금까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SCMP
평등과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CERN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구소 내부 성 격차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출신 분자물리학자인 파비올라 지아노티는 2016년 최초 여성 소장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CERN을 이끌며 과학계의 여성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CERN에서 근무하는 전체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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