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고, 등록금 10년 묶이고, 최저임금까지… 대학들 비명

입력 2018.10.02 03:00

[커지는 대학 위기] [上] 수도권까지 덮친 대학 구조조정
4년 뒤가 더 문제… 대학 신입생 30만명대 떨어져 설상가상

수도권 대학까지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는 대학 재정난이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9년 이후 10년째 대학 등록금을 동결했고, 2016~2018년 대학 입학 정원을 5만6000명 줄였다. 대학마다 등록금 수입이 수십억원 줄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하위 36% 대학은 2021년까지 추가로 정원의 10~35%씩 총 1만명을 줄여야 한다. 덕성여대, 연세대(원주), 조선대 같은 대학들도 하위권에 들었다.

학과 통폐합 놓고 갈등
학과 통폐합 놓고 갈등 - 학과 통폐합에 반발해‘총장 각성하라’고 외치는 학생들의 게시물이 1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행정관 출입문을 도배하듯 뒤덮고 있다. 서울여대는 올해 초 재정 압박 등으로 특수치료전문대학원을 폐지하고 일부 학과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혀 학내 갈등을 겪고 있다. /남강호 기자

정부는 또 올해부터 2022년까지 2431억원에 달하는 대학 입학금도 폐지한다. 지난달 초엔 7만 시간강사들에게 방학 중 월급을 지급하는 '강사 처우 개선안'도 발표했다. 대학들은 강사 인건비로 최대 3326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작년엔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 청소 용역비 등 인건비 지출도 크게 늘었다. 한양대는 작년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17억원 추가로 나갔다. 이미 사립대 교비(校費) 회계 수입은 2011년 이후 감소세고, 적립금도 2014년 총 8조1967억원에서 2017년 7조9498억원으로 줄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대학들이 건물 팔고 적립금 빼 쓰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교수 안 뽑고, 강의 줄이고…

재정 압박이 극심해지자 대학들은 '지출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임 교수 안 뽑기'는 공통적 현상이다. 서울 A대 교육학과는 지난 2년간 교수 2명이 정년퇴직했는데 새 교수를 안 뽑는다. 이 대학 한 교수는 "앞으로 아이들이 주는데 뭐 하러 뽑겠느냐"고 했다. 교수를 뽑더라도 계약직에 연봉이 낮은 '비정년 트랙'만 채용하는 추세다.

전국의 대학 개설 강좌 수도 2014년 65만1372개에서 지난해 63만1844개로 줄었다. 학생들은 같은 등록금을 내고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기 어려워졌다. S대 교육학과도 3~4년 전만 해도 한 학기 강의를 25개 개설했지만, 지금은 20개만 연다. 시간강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강의를 줄인 대학이 많은 것이다.

수업·연구 기자재 투자도 소극적이다. 서울 D대는 과거 4년마다 바꾼 컴퓨터를 6~7년째 쓴다. 이 대학 한 교수는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노트북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는데, 강단 컴퓨터는 여전히 부팅 중인 경우가 잦다"고 했다. 반면 '콩나물시루' 같은 대형 강의는 늘었다. 한양대 관계자는 "5개 이상 강좌로 나눠 가르친 기초 과목을 3~4개로 줄여 대형 강의로 편성한다"고 했다. 올 초 전국 유일 특수치료전문대학원을 폐지하기로 한 서울여대는 "대학 재정난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학 나와도 실업자" 불만 최고조

학생은 학생대로 불만이다.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로 "인(in)서울 대학 나와도 취업 안 된다"는 불만이 높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10%였다. 서울·경기 소재 대학을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서울·경기권 대학생 중도 탈락률은 2016년 2.7%·3.8%에서 2018년 2.9%·4.2%(대학 알리미)로 증가세다. 수도권 한 대학 관계자는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 하위권 대학 학생 중에서도 한 단계라도 좋은 대학을 나와야 취업이 된다고 생각해선지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대학 교육의 질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상황이 5년만 지속되면 고등교육 질이 떨어져 국가 인재 양성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과감히 문을 닫게 해야겠지만, 상위권 대학은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해야 하는데 지금 오히려 주저앉고 있다는 것이다.

정현철 한양대 교수는 "서울에 있는 대학이라는 이유로 안주하다간 '뜨거운 물 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대학마다 특성화 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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