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많고 똑똑한 사람이 나쁜 관계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는

입력 2018.10.10 10:00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 이세진 옮김 | 부키 | 316쪽 | 1만4800원

"학교 운동장에서 잘만 까불던 아이는 담임선생님이 등장하는 순간 훌쩍대면서 불쌍한 표정을 짓곤 했다."

24년간 심리 조종에 대해 연구한 프랑스의 심리치료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크리스텔 프티콜랭이 심리 조종자들의 행동과 두뇌 기능 사이에서 발견한 상호 보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작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서 생각이 많은 사람을 새롭게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 심리 조종자에게 자꾸만 걸려드는 심리 메커니즘을 밝힌다.

놀랍게도 머리가 빨리 돌아가고 영리한 사람일수록 심리 조종에 빠지기 쉽다. 생각이 많고, 똑똑한 사람은 상대의 관점을 헤아리는 ‘역지사지’에 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약한 언행과 발뺌, 터무니없는 고집과 같은 난관에 직면하면 오히려 도전 욕구를 불태운다. "알고 보면 그 사람도 안됐어" 혹은 "나는 그를 변화시킬 수 있어"라며 이해의 여지를 찾는다.

그러나 심리 조종자는 남을 희생시키고, 거짓말하고, 현실을 부인하고, 일부러 갈등을 조장한다. 생각이 많은 사람의 측은지심을 ‘악용’해 자기 잇속을 챙기고, 자존감을 갉아먹고, ‘뼈도 못 추릴 만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애초에 악의로 똘똘 뭉친 사람과는 대화로 해결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감각 체계가 더 섬세하고 예민하게 발달했다. 소리와 냄새에 민감하고, 남들이 잘 입는 스웨터도 따가워서 못 입는다. 이들의 과민한 뇌는 모든 감각 정보를 쉴 새 없이 동시에 처리한다. 그런데 심리 조종자들은 요란하고, 냄새를 풍기고, 부수고, 망가뜨리고, 더럽힌다. 그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의 감각 공간을 장악해버린다.

생각이 많은 사람의 두 번째 특징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관념들을 연결하고, 그것을 일관성 있게 묶어내려 애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 조종자는 정신세계를 뒤죽박죽 휘젓는 것을 재미로 여긴다. 불분명하고, 모순적인 거짓 정보를 가득 채워서 생각이 많은 사람이 혼란에 빠지는 걸 보며 즐거워한다.

세 번째 특징은 ‘인지적 종결 욕구’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미완 상태, 대기 상태를 못 참는다. 뭔가를 하나 끝냈는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런데 심리조종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를 모호한 말을 내뱉고, 늘 기다리게 만든다. 이처럼 심리 조종자들은 생각이 많은 사람의 특징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안다. 기묘한 궁합, 놀라운 상호 보완성은 이렇게 완성된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심리 조종의 피해자가 되는 동시에, 심리 조종자를 돕는 ‘공모자’가 되기도 한다. 심리 조종자들의 행동에 대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며 ‘변호사 역할’을 자처하고, 그들을 용서해줘야 한다는 ‘고약한 천사병’에 걸리거나, 그들의 무능을 감춰주고, 못하는 것을 대신해주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생각이 많은 사람은 심리 조종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저자는 심리 조종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넘어와선 안 되는 불가침권을 정해야 하고, 예의 없고 일관성 없게 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평생 예의 바르고, 앞뒤가 같은 것을 삶의 원칙으로 삼아온 사람에게 이런 충고는 형벌이나 다름없지만 그런 사람에게는 똑같이 해줘야 한다고 말하며 더 이상 심리 조종자가 인생을 망치게 내버려 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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