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두 번 수상한, 이마무라 쇼헤이의 독하고 따뜻한 산문

입력 2018.10.08 10:00

우나기 선생
이마무라 쇼헤이 지음 | 박창학 옮김 | 마음산책 | 424쪽 | 1만6500원

"영화 만들기의 매력을 굳이 한마디로 말한다면 ‘인간이 재미있다’하는 것…"

이마무라 쇼헤이는 ‘나라야마 부시코’(1983), ‘우나기’(1997)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두 번 수상한 일본 감독이다. 하지만 화려한 명성과와 달리, 그의 작품 대부분은 뒷골목 문화와 비주류 사람들의 우울하고 저항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는 일본 영화계의 스튜디오 시스템에 안주해 예술적 성취를 이루거나 돈 되는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집을 저당 잡히고 주변에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자금을 모아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은 걸작이다.

‘우나기 선생은 ‘이마무라 쇼헤이의 국내 첫 산문집이다. 그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41편의 산문과 이 책을 위해 사흘 동안 진행된 인터뷰, 그리고 그의 모든 영화를 다룬 상세한 필모그래피로 구성됐다.

이마무라 쇼헤이는 쇼치쿠 영화사의 조감독으로 입사해 오즈 야스지로 같은 거장 밑에서 일하다, 닛카쓰 영화사로 옮겨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자유로운 제작을 위해 ‘이마무라 프로덕션’을 차려 독립하고, 일본영화학교(지금의 일본영화대학)를 세워 후학을 양성했다. 이 책에는 그가 영화 작업을 통해 얻은 배우론, 연출론, 제작론, 교육론을 포함해 영화판에서 그가 겪은 수많은 일화가 담겼다.

그의 극영화들이 되도록 감정을 자제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마무라 쇼헤이는 관찰과 기록에 능한 감독이었다. ‘돼지와 군함’ ‘일본 곤충기’ ‘인류학 입문’ ‘인간증발’ 같은 1960년대의 작품들은 다큐멘터리이거나 다큐멘터리에 버금가는 조사가 뒷받침된 영화이고, 이후 1979년 ‘복수는 나의 것’을 내기 전까지는 아예 극영화를 쉬면서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이런 면은 산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마무라 쇼헤이는 영화를 만들 때 "감정을 조장하는 음악은 필요 없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의 글도 다르지 않아, 억지스럽게 꾸미기보다는 그저 겪은 일들을 위주로, 과잉된 감정 없이 편안하게 풀어 놓는다. 예술가인 자신의 심미적인 자아에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겪었던 태평양전쟁 전후의 도쿄라든지 그 쑥대밭에서 살아가던 사람들 이야기, 대학 시절 신주쿠 암시장을 드나들며 인생 공부를 한 이야기, 일상에서 스치거나 장소 헌팅을 다니며 만난 사람들 이야기 등을 담담히 풀어냈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글은 문학과 다큐멘터리의 중간쯤에 있어, 마치 영화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탁한 삶을 그리면서도 인간적 정서를 놓지 않았던 그의 영화들처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삶을 열심히 살았던 현실의 이마무라 쇼헤이를 만날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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