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선물한 가을 별미 송이버섯, 어떻게 먹을까

입력 2018.10.02 10:00

남북 정상회담 기념 선물로 2톤 보내··· 고려·조선 귀족들도 선물로 사용
솔향 매력적이지만 인공재배 안되고 생장 조건 까다로워 개당 4만원 호가

‘신선의 음식’이라고도 불리는 송이버섯. 기품 있고 은은한 솔향이 기막힌 가을 대표 별미다. /조선일보DB
송이버섯은 가을이 제철인 버섯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기념 선물로 남측에 보내면서 송이버섯은 미식가는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20일 남측으로 송이버섯 2t을 보냈다. 송이버섯의 산지나 등급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북한에서 최상품으로 치는 함경북도 칠보산 송이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온 송이버섯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경북 영덕공판장에서 27일 기준 1kg 가격은 1등급이 23만3900원, 2등급 17만1100원, 3등급 13만6390원, 등외품 11만100원. 김 위원장이 보낸 송이가 최상품 칠보산이라고 가정할 경우, 2t이면 4억6780만원어치다. 올해는 송이가 대풍작이라 가격이 예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9월 27일 영덕 송이 1등품은 50만1000원으로, 올해 같은 1등품 가격의 2배를 웃돌았다.

1kg이면 송이버섯 6~7개이니 1급일 경우 개당 가격이 3만3000~3만9000원인 셈이다. 워낙 비싼지라 송이철이면 일꾼들이 산에 텐트를 치고 밤샘하며 송이를 지킨다. 도둑을 막으려고 공기총까지 동원된다.


경북 봉화 송이산 산주 장상일씨가 송이버섯을 채취하고 있다. /조선일보DB
송이가 이처럼 비싼 건 인공재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송이는 분해능력이 없어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소나무 뿌리 부근 붙어 탄수화물을 공급 받으며 자란다. 경북 봉화에 송이산을 가지고 있는 산주(山主) 장상일씨는 "송이는 영물(靈物)"이라고 했다. "바람이 잘 통해야 하고, 햇빛이 적당해야 합니다. 건조해도 안되지만 습해도 안되요. 사람 손을 타면 절대 안 커요. 쇠가 닿아도 안 자랍니다. 그래서 지팡이는 꼭 나무라야 하죠."

생장조건이 까다로울뿐 아니라 유통기간도 짧다. 송이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건 보통 이틀로 본다. 북한산 송이가 국내산(남한산)의 절반 가격인 건 채취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기간이 하루 더 걸리기 때문이다. 단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선물한 송이는 비행기로 직송해 선도면에서 국내산과 다를 바 없었을 듯하다. 김 위원장의 송이버섯은 20일 오전 5시 36분 수송기에 실려 도착했다. 남북 정상의 백두산행이 급히 결정되면서 겉옷을 공수하기 위해 정부가 평양으로 보낸 수송기다.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송이를 즐겨왔다. 송이(松茸), 송이(松耳), 송지(松芝), 송심(松蕈), 송균(松菌)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고려시대 문신 이인로(李仁老·1152~1220)가 '파한집(破閑集)’에 '마침 송지(松芝·송이)를 바친 사람이 있어'라는 문구가 국내 송이 관련 첫 기록이다. 예부터 가을이면 송이를 많이 선물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조선 문인이 송이 사랑을 시로 남기기도 했다.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문집 '사가집(四佳集)’에서 '팔월(음력)이면 버섯 꽃이 눈처럼 환하게 피어라, 씹노라면 좋은 맛이 담박하고도 농후하네'라고 노래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1610)’은 ‘송이는 맛이 매우 향미하고, 송기(松氣)가 있다.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서 으뜸’이라고 예찬하고 있다. 한글로 된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음식디미방’(1670년경)에는 만두나 대구 껍질 느르미, 잡채 등 다양한 요리에 송이가 사용되었다.


송이는 갓이 너무 피지 않고, 자루가 은백색일수록 품질이 높다. /조선일보DB
이처럼 송이가 사랑받은 건 특유의 향 때문이다. 입안과 콧속을 가득 채우는 은은한 솔향기는 우아하고 기품 있다. 코로 향을 즐기는 음식인 건 참으로 다행이다. 이 비싼 송이가 배불리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면 얼마나 불행했을까.

반으로 찢은 송이버섯. /조선일보DB
갓 채취한 송이를 맛보는 행운을 얻었다면 익히지 말고 날 것 그대로 맛보기를 권한다. 칼로 얇게 저밀 수도 있지만, 손으로 결대로 쪽쪽 찢는다. 송이 냄새가 손에 배어 더 오랫동안 즐길 수있다. 싱싱한 송이는 육질이 탱탱하다 못해 생밤처럼 오독오독 씹힌다. 솔향과 축축한 흙냄새, 거기에 버섯 향기까지 더해져 어디에 비유하기 힘들다. ‘송이 특유의 향’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송이버섯 산지에서 맛볼 수 있는 송이솥밥. /조선일보DB
이맘때 송이버섯 산지에 가면 식당마다 송이를 넣은 음식을 낸다. 송이솥밥은 송이 향을 가장 잘 만끽할 수 있는 요리법으로 꼽힌다. 주문을 받으면 돌솥에 밥을 안치고 불에 올린다. 뜸들이기 직전 얇게 썬 송이 몇 조각을 밥에 얹는다. 송이 향이 밥 전체에 스며든다. 고슬고슬 지어진 밥을 대접에 옮겨 담는다. 대부분 참나물, 고구마줄기 등 나물과 고추장을 더해 비벼 먹지만, 송이향을 오롯이 즐기려면 나물을 넣지 말고 간장양념장을 달라고 부탁해 비벼 먹는 편이 낫다.

송이는 쇠고기와 함께 구워먹기도 한다. 송이를 소고기와 함께 불판에 깔고 알루미늄포일로 덮는다. 송이 향기가 달아나지 않고 고기에 배어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기 기름이 혀를 감싸면, 송이 냄새가 코를 애무한다. 산지 식당들은 작은 송이를 참나물 등과 함께 넣고 부친 ‘송이전’이나 ‘송이전골’도 있지만, 송이를 가리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송이를 잘 아는 이들은 ‘직화구이’를 권한다. 송이를 4mm 정도로 얇게 썰어서 숯불 등 센불에 7~8초 가량 살짝 구워 먹는다. 직화로 구우면 쫄깃하면서도 송이향이 진해진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살짝 둘러 구워먹거나, 고기와 함께 불판에 구워먹어도 좋다. 남은 송이로 ‘송이라면’을 끓이면 색다른 별미다. 라면이 거의 다 익었을 때 송이를 조금 더한다. 아주 조금 넣었을 뿐인데, ‘같은 라면일까’ 싶을 만큼 맛과 향이 놀랍도록 변한다. 가장 미련하게 송이를 먹는 방법은 아껴 먹겠다고 냉장고에 오래 두는 것이다. 향이 모두 사라진 송이는 흔하고 값싼 새송이와 별다르지 않다.


송이버섯 직화구이. /조선일보DB
송이를 일반 소비자가 잘 고르기란 쉽지 않지만 몇 가지 선별 기준이 있다. 갓이 피지 않아 갓 둘레가 자루보다 크고, 자루는 은백색이 선명할수록 품질이 좋다. 갓이 두껍고 단단하면서 자루 길이가 길고, 밑부분이 굵을수록 상품(上品)이다. 무엇보다 신선한 소나무향이 송이를 먹는 즐거움의 핵심인만큼, 향이 짙을수록 값이 비싼 건 당연하다. 반대로 갓이 퍼져 있을수록, 자루 길이가 짧을수록 하품으로 분류된다. 갓이 축 늘어지는 등 야무지지 않고, 색깔이 거뭇거뭇하면서 향이 나지 않는다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오래된 송이다.

국산 송이와 북한산, 중국산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산 송이는 갓과 자루 끝에 흙이 묻은 경우가 많고, 쪼개보면 뽀얀 유백색을 띈다. 반면 중국산이나 북한산은 갓이 거무스름하게 변색되고 향이 거의 사라진 것이 많다. 국내에 반입돼 판매까지 1주일 가량 걸리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송이버섯 등급 기준표. /산림조합중앙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