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에 10만원이면 작품이 내손에, 직거래 미술장터에 사람이 몰린다

입력 2018.10.01 10:00

자동차 정비소 개조한 미술장터에서 그림 사볼까?
문턱 낮춘 직거래 미술장터… 전국 17곳에서 열려

’장터에 음악이 빠질쏘냐’ 유니온 아트페어에서는 행사 내내 디제잉 공연이 펼쳐진다./김은영 기자
서울 성수동,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공간에 미술 작품이 1000여 점이 걸렸다. 입구 중앙 무대에선 현란한 디제잉 공연이 펼쳐지고, 곳곳에는 맥주를 든 관람객들이 담소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소란한 가운데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정말 시장통이 따로 없네!"

◇ 10만원이면 작품이 내 손에…문턱 낮춘 미술장터 인기

9월 28일 개막한 ‘유니온 아트페어 2018’는 갤러리들이 주관하는 기존의 아트페어와 달리, 작가들이 직접 만든 직거래 미술장터다. 구매자가 작품을 사면 작가들에게 수입금 전액이 수수료 없이 전달된다. 장소도 컨벤션 센터나 호텔이 아닌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렸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유니온 아트페어는 '렛츠 메이크 투게더(Let's Make Together)'를 슬로건으로 134명의 작가, 작품 1000여 점이 소개됐다. 대부분 주류미술시장에서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로, 자화상을 통해 무기력을 극복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 유형주 작가, 기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김태은, 일상의 사물과 주변의 모습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는 정진경 작가 등이 참여했다.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유니온 아트페어 2018’./유니온아트페어 제공
놀라운 건 작품 가격. 10만원대부터 200만원까지, 평균 30~50만원으로 작품을 살 수 있다. 카드 결제 시엔 무이자 할부도 가능하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정승연 씨(22)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친구들과 놀러 왔는데, 작품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해 놀랐다. 학생도 용돈을 모아 살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두연 총괄큐레이터는 "지난해 8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중 200여 점이 판매됐다. 작품가격이 낮아 금액으로 치면 높지 않지만, 작품 수로 따지면 어떤 아트페어보다도 호응이 높다"라고 밝혔다.

올해는 13세 이하 어린이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유니온키즈’ 공간도 구성됐다. 가족들과의 추억을 그린 작품부터, ‘공부하기 싫다’라는 문구로 캔버스를 채운 작품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이들의 작품에도 10만원 안팎의 가격표가 붙었다. 이 밖에도 미술 체험 행사와 키즈 도슨트, 아트클래스 등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최두수 유니온아트페어 감독은 "유니온아트페어는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즐기는 축제다.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꾸준히 발전하는 행사로 계속 이어지게 할 것"이라 말했다.

◇ 작가가 직접 파는 작가미술장터, 전국 17곳에서 열려

2015년부터 시작된 작가미술장터는 전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젊은 작가들을 위해 기획된 미술 시장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제지원센터가 주관한다. 작가가 직접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며 지난 6월부터 전국 17곳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미술장터는 미술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젊은 미술인의 작품 판로 개척을 위해 마련됐다. 아트바젤과 UBS가 최근 발간한 ‘아트 마켓 2018’에 따르면 2007년 갤러리 한 곳이 문을 닫으면 다섯 곳이 새로 생겼지만, 2016년엔 2개, 2017년엔 0.9개로 점점 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가미술장터는 ’예술 작품은 어렵고 비싼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미술을 친근하게 즐기는 기회를 선사한다./유니온아트페어 제공
김두연 큐레이터는 "2009년까지만 해도 ‘걸면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술 시장이 호황을 이뤘지만, 지금은 갤러리가 없어지는 등 시장 규모가 축소됐다"면서 "작가미술장터는 미술인 스스로 생존을 위해 마련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미술장터는 지난 3년간 약 4300여 명의 작가, 약 77만 명의 관람객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유니온아트페어를 기획한 극동예술연합은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제안으로 해외 시장에 국내 작가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홍콩 가을 경매에서 ‘젊은 한국작가 특별전’에서 13명의 작가를 소개했고, 이들 작품 모두 완판됐다.

미술주간인 10월, 전국에선 다양한 작가미술장터가 개최될 예정이다. 서울에선 ‘2018그림도시’(10.10~14, 서울 아라아트센터, 부산 더케이지), ‘집기류’(10.11.~14. 서울 코엑스 어반파크), '2018 연희동 아트페어’(10.20~28, 연희동 카페보스토크) 등이 열리며, ‘화이트테이블 아트페어’(10.5~15, 부산시민회관), 'Art at HomeⅡ 예술이 가득한 집'(11.22~12.4, 광주 신세계백화점 갤러리) 등 지역의 젊은 미술가들을 소개하는 지역 미술장터도 주목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