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으로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가 취소된 가운데 노벨재단이 스웨덴 한림원의 수상자 선정 권한을 영구 박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라르스 하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림원이 정당성을 되찾지 못한다면 다른 기관이 수상자를 선정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구스타프 3세 국왕이 1786년 설립한 왕립 학술원으로, 1901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논란은 지난해 11월 한림원 종신위원의 남편이자 사진작가인 장 클로드 아르노가 20여 년간 한림원 소유 아파트에서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그는 한림원 재정 지원을 받아 문화센터도 경영했다. 이를 계기로 한림원의 폐쇄적 운영 방식에 비판이 쏟아졌다. 200여 년 전 만들어진 규정대로 18명 위원 모두 종신직이며 중도 사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한림원의 대처가 문제를 더 키웠다. 첫 여성 사무총장인 사라 다니우스는 한림원과 아르노의 관계를 조사하도록 로펌에 의뢰했지만 전임 사무총장들은 "다니우스의 대처가 스캔들을 부풀렸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스웨덴 여성들은 다니우스가 사임하던 날 입었던 커다란 리본 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는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희생양에 불과하며 오히려 남성 종신위원들의 가부장적 대처가 한림원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커지자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16세는 "최근의 사회 발전을 고려해 한림원 종신제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스웨덴 유력 일간 다겐스니헤테는 "종신제 대신 3년 임기제를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스웨덴 문화계 인사 100여 명은 노벨문학상 대안으로 한림원과 유사한 '뉴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도서관 사서들이 후보를 선정하고, 일반 시민의 인터넷 투표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들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림원과 달리 투명하고 개방적인 수상자 선정 방식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