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도 자동차도 싫다"… 日청년들 '바나레' 여전

입력 2018.10.01 03:00

'잃어버린 20년' 시절 생애 보내 경제 호황이지만 소극적 경향
정부 "경험 쌓고 적극 움직여라" 해외 보내기 프로젝트 추진도

'해외로 청년 보내기 관민(官民) 대책협의회.' 이런 회의체가 내년 일본에서 출범한다. 정부와 관광업체들이 머리를 맞대는 이유는 하나. 어떻게 하면 일본 젊은이들을 더 많이 외국으로 내보내 경험을 쌓게 할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청년 해외 취업 같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청년들의 해외여행이 늘면 회의체의 목표는 달성된다.

비행기값 싼 학기 중에 해외로 갈 수 있도록 학기 중 해외여행을 출석으로 인정, 민간 기업이 해외 인턴 프로그램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 보조금 지급…. 벌써부터 각종 아이디어가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이게 다 일본 청년들의 '해외 바나레(離れ)' 때문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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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지TV의 한 버라이어티 방송은 최근 도쿄에 사는 헤이세이 세대(1989년 이후 출생자) 청년들에게 "마이카(자가용을 뜻하는 1980년대 일본 유행어)를 가지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청년들의 대답은 대개 비슷했다. "지하철이 있는데 굳이 차를 왜 사냐"는 것이었다. "면허도 없고 앞으로도 딸 생각이 없다" "마이카라는 단어 자체를 들어본 적 없다. 촌스럽다" 같은 답변도 나왔다. 방송은 '자동차 바나레'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했다.

일본 청년을 설명할 때 뺄 수 없는 접미사 바나레는 '떨어지다' '멀리하다'는 뜻의 동사에서 유래됐다. 청년들이 1970~80년대에 비해 특정 대상을 멀리하거나 갖고 싶어 하지 않을 때 주로 붙이는 표현이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구루마(車) 바나레'가 대표적이다.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잘 사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구루마 바나레'를 보여주는 수치도 여럿이다. 내각부 조사 결과 지난해 29세 이하 세대주의 승용차 보급률은 48%로 60대 이상(64%) 보급률에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일본자동차공업회의 조사 결과 차가 없는 10~20대 응답자 중 54%는 차를 구입할 생각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청년들은 거의 모든 것에서 멀어지는 존재다. 청년들이 자동차와 해외여행은 물론 TV, 맥주, 담배, 연애, 외출, 크리스마스, 바다와 같은 수많은 것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일본 온라인 매체는 언론에 등장한 '청년 ○○ 바나레'의 개수를 세어 봤더니 138개에 달한다고 했다.

'바나레'의 창궐은 요즘 일본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80년대 중후반~90년대에 태어난 요즘 청년들은 생애 대부분을 침체된 '잃어버린 20년' 시기에 보냈고, 정규직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에겐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거의 없다. 그래서 소비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활황이라는데 여전히 청년 '바나레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지난 5월 아사히신문에 실린 후쿠오카 20세 대학생의 기고문이 일본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그는 "차를 갖고 싶고, 여행 가고 싶은 청년은 많다. 다만 차와 여행이 그림의 떡이 됐을 뿐이다. 아직도 고도성장기의 기분에 젖은 이들에게 '요즘 젊은 애들은 꿈도 욕심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이젠 지긋지긋하다"고 썼다. 실제 일본 20~24세 청년의 실질 연수입은 1991년 295만엔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2014년부터 조금씩 반등하고 있지만, 2016년 실질 연수입은 258만엔으로 여전히 1991년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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