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절벽, 예상보다 14년 빨라진다

입력 2018.09.29 03:01 | 수정 2018.09.29 07:43

심리적 저지선인 '신생아 30만명', 2034년 아닌 2020년 붕괴
"가임·결혼 여성수와 자녀수 동시 급감… 통계청 추계 앞질러"

신생아 수 얼마나 빨리 줄어들까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정부 전망보다 더 급격하게 감소해 2020년이면 '한 해 신생아 30만명 선'이 무너지고 2026년에는 '20만명 선'도 깨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구 전문가인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가 28일 발표한 '신생아 수 변화요인 분석과 장래전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5만7000명이었던 신생아 수는 2년 뒤 2020년에는 28만4000명, 2026년에는 19만7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철희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미래기획분과위원장이다.

우리나라 신생아 수는 1971년 102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88올림픽까지도 63만명을 유지했다. 그 뒤 점점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해 2002년에 50만명 선, 2017년 40만명 선이 깨졌다. 정부와 학계가 지난 20년간 '신생아 30만명'을 심리적 저지선으로 놓고, 관련 정책을 고민해왔는데 40만명 선이 깨진 지 3년 만에 그게 붕괴할 거란 예측이 나온 것이다.

이는 그동안 통계청이 내놓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저위추계·2034년)보다 14년이나 앞당겨진 수치다. 통계청 추계에선 2057년에야 신생아 수 20만명 선이 붕괴(19만9000명)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역시 31년이나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7월 신생아 수
이 교수가 기존의 정부 전망치보다 훨씬 비관적인 인구 추계를 한 것은 ▲가임기 여성 수 ▲결혼하는 여성 수 ▲결혼한 여성이 낳는 자녀 수가 동시에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미래 신생아 수를 계산할 때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이 2025~2030년 1.07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2017년 출산율이 1.05명까지 떨어졌다. 이 교수는 "이 추세가 유지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98명 수준일 것"이라며 "통계청의 장래인구전망 추계보다 신생아 수가 더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가임기 여성 감소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다. 2015년 691만명인 20~39세 여성의 수는 2040년이면 447만명으로 줄어든다. 또 20~49세 여성 결혼 비율은 2000년 70%에서 작년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앞으로도 결혼 건수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번 연구에선 지금처럼 결혼이 줄어드는 추세가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가정했다.

가장 큰 문제는 출산율의 '마지막 보루'였던 '결혼한 여성의 출산율'이 최근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제까지는 "일단 결혼하면 아이를 두 명까지 낳는다"는 게 일반적인 믿음이었다. 그런데 그 추세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 교수는 "2005~2012년 사이 대체로 상승세였던 결혼 여성 출산율이 2012년 이후 정체·감소로 돌아섰다"며 "30대 초반 결혼 여성 출산율이 2012년 0.203명에서 작년 0.175명으로 줄었고, 20대 후반의 경우 같은 기간 0.276명에서 0.229명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감소세가 앞으로 5년 정도만 이어져도 미래의 신생아 수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한편 정부 통계에서 월별 신생아 수가 28개월 연속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18년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신생아 수는 작년 7월보다 8.2%(2400명) 줄어든 2만7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1981년 월별 신생아 수 집계가 시작된 이래 7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것이다. 올해 1~7월 신생아 수(21만7500명)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5% 줄었다.

이 교수는 "급격한 신생아 수 감소가 산부인과·소아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 감소를 시작으로, 학교 구조조정, 군대 병력 부족, 근로자 부족 등 단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신생아 수 감소가 당분간 이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면서 "좀 더 긴 호흡에서 저출산 대책을 펼쳐서 신생아 수 감소가 가져오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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