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그랑프리 두 번… 日 감독은 억센 女주인공을 좋아했다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입력 2018.09.29 03:01

    '우나기 선생'
    우나기 선생|이마무라 쇼헤이 지음|박창학 옮김|마음산책|424쪽|1만6500원

    일본 영화감독 이마무라 쇼헤이(1926~2006)는 원폭 피해자들을 다룬 '검은 비'에서 여자 조연 역할을 어느 배우에게 맡겼다. 견실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리허설을 해 보니 무언가 부족했다. 남자들을 장난기 있게 놀리는 장면인데 거듭해도 재미가 전혀 표현되지 않았다. 하룻밤 말미를 주었지만 본촬영에서도 생기 있는 재미가 나오지 않았다. 실생활에서도 성실, 정직, 진지로 통해온 게 틀림없었다. 결국 그녀에게 미스캐스팅을 사과하고 역할에서 물러나게 했다. 울고 있는 그녀를 보며 '이 사람, 더 불량하면 좋은데'라고 생각했다.

    이마무라는 1983년 '나라야마 부시코', 1997년 '우나기'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일본 감독이다. 책은 이마무라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41편의 산문, 이 책을 위해 진행된 인터뷰, 그리고 필모그래피로 구성돼 있다. 의사 아들 이마무라가 패전 후 암시장에서 갖가지 인간 군상들을 관찰하며 영화인으로서의 시야를 넓혀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관, 여성관 등이 낱낱이 드러난다.

    선이 굵고 억센 여주인공을 선호하는 까닭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는 내 허약함을 여주인공으로 커버하려는 게 아닐까. 그 공백을 늠름한 여성으로 메우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영화인에 대해서는 "조금 덜렁대고 분위기 타기 쉬운 타입이 영화 만들기엔 적당하다"고 하기도 한다.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문체 위에 군데군데 힘줄처럼 유머가 불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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