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결심 흔드는 과일향·전자담배

조선일보
  • 홍준기 기자
    입력 2018.09.28 03:01

    [건강을 태우시겠습니까?] [7]
    가향담배, 흡연시 불쾌한 맛 줄여… 6년새 총 담배 판매량 20% 차지

    '과일 향' 같은 가향(加香) 담배와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정부 금연 정책을 흔들고 있다.

    가향 담배란 멘톨(menthol)·과일 향 등을 추가한 담배를 뜻한다. 27일 국회 법안 검토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담배 시장에서 가향 담배 비중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2011년에는 전체 담배 판매량 중 가향 담배 비율이 6.4%였는데 2016년에는 20.4%까지 늘었다.

    전체 담배 판매량 중 가향 담배 판매량의 비중
    전문가들은 "가향 담배는 흡연할 때 느껴지는 불쾌한 맛을 줄여 되레 흡연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가향 담배가 기관지 감각을 무디게 해 흡연자가 담배 속 유해 물질을 더 많이 흡수하게 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가향 물질이 불에 타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 규제 기본 협약'을 통해 담배 맛을 향상시키는 물질의 사용을 금지·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 해외에선 담배에 가향 물질을 넣는 것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청소년들이 호기심을 갖지 않도록 담배 포장·광고에 '가향 물질이 들어 있다'는 문구를 쓰지 못하게 막고 있는 수준이다. 현재 국회에선 박맹우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심사 중이다. 가향 물질 함유량이 정부 기준치 이상인 담배는 수입·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는 '몸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실제로 덜 해로운지에 대해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식약처는 "아이코스를 비롯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조사 결과, 일반 궐련형 담배만큼이나 유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담배 회사들은 이에 반발하며 "전자담배는 유해성이 적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 연구팀이 지난해 9월 19~24세 성인 남성 22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열 명 중 네 명꼴(87명·38%)로 '아이코스를 안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아이코스가 출시 3개월 만에 엄청난 인지도를 확보한 것"이라고 했다. 아이코스를 사용 중인 이들(8명·4%)은 "일반 담배에 비해 덜 해롭고, 금연을 시도하는 차원에서 아이코스를 사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아이코스 외에도 일반 담배, 액상형 전자담배를 함께 피우고 있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냄새가 덜 난다" "몸에도 덜 해로울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금연 대신 아이코스로 갈아타는 데 만족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이성규 금연지원센터장은 "담배 회사 입장에선 가향 담배와 아이코스(궐련형 전자담배)라는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낸 셈이지만, 금연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선 힘든 적들이 등장한 셈"이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