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종전선언은 처음 아닌 끝...하자 있으면 반품할 수 있는 상품 아냐"

입력 2018.09.27 15:54 | 수정 2018.09.27 17:05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終戰)선언 번복 가능’ 발언을 두고 27일 정부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며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종전선언이 법적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가 사이의 사안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단 종전선언을 하면, 국제적 관례상 또 다른 전쟁이나 전쟁급의 도발이 있지 않은 이상 되돌릴 수 없고 종전선언이 곧 평화협정이 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을 하는 순간 대북 제재 완화와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일단 한번 한 종전선언 파기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협정을 파기하고 서유럽을 침공한 히틀러의 행위처럼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미국이 한번 한 종전선언을 파기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다음은 이번 종전선언 논란과 관련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전문.


◇고유환 동국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종전선언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 발언은 아닌 것 같다.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그 전과 비교해 한반도를 둘러싼 질서가 거의 영향을 안 받는다는 의미다.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서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같은 변화들을 반드시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교전 관계를 끝내겠다는 정치적인 선언이라는 뜻이고, 종전의 국제법적인 조치는 평화협정을 맺어야 완결되기 때문에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기 전까지의 과도기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문 대통령의 이야기는 종전선언을 했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경우, 다시 제재를 강화하고 지난해 나왔던 ‘코피작전’같은 군사적 옵션이나 맥시멈프레셔(최대한의 압박)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돌아가더라도 그러한 조치들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종전선언을 하면 바로 유엔사 해체 문제가 나올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유엔사는 그대로라고 할 테지만 러시아나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유엔사 해체를 요구할 것이다. 또 미북 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더디게 하는 경우, 강하게 제재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까. 이미 판세는 대화·협력·경협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또 종전선언을 한 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주한 미군 철수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 문제다.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 미군은 주둔해야 한다’고 했지만, 문제는 트럼프다. 트럼프가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있는데, 돈을 들여서 주한미군이 있을 필요가 있나’라며 감축이나 철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황당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굳이 종전선언을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까지 정전 체제는 유지된다고 한다면 종전선언은 왜 하는 것인가.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모멘텀을 주겠다는 의도는 읽히지만, 효과는 글쎄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문 대통령의 발언은 상당히 모호한 말이다. 일국의 국제 정치 관련 사안을 물건 반품하듯이 반품하고 할 수는 없다. 일단 ‘어떤 조건에서 취소하겠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조건이 서로 안 맞아서 북한은 비핵화를 하고 있다는데 미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이 조건을 안 지켜서 종전선언을 취소하는 것인데, 국제정치적으로는 번복 당사자에게 비난이 갈 것이다. 시장에서 사과 사듯이 하자가 있으면 반품하면 된다는 것은 북한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자꾸 평양에 다녀오면 북한의 주장을 대변해서 그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데 비핵화에 어떻게 도움되는지 의문이다. 북한이 주장하고 미국이 판단하면 될 일인데, 한국이 북한의 워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게 비핵화에 무슨 도움되는지 의아스럽다. 국제 정치에서 어떤 국가가 공식 선언을 한 뒤 번복하는 것은 드물다. 마치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서유럽을 침공할 때처럼 굉장히 문제가 많은 행위이다. 그런 번복 행위를 미국이 하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 비난받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분명히 북한 편을 들면서 미국이 잘못했다고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개별 제재, 유엔 다자 제재 문제와 유엔사 해체 등 종전선언은 한반도 정전체제에 완전 변화가 오는 계기가 된다. 현 정부는 ‘민족’을 우선하자는 주의이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북한에 동조하고 있다. 민족주의 컨셉트로 생각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의심하거나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정치적 선언이라도 한번 해버리면 6·25를 종료하고 평화가 회복된다는 선언이 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전쟁이 끝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선언이라고 함부로 뒤바뀌어서 과거로 회귀할 수 없다고 본다. 종전 선언이 정치적인 것이고 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문 대통령이 실수를 한 것 같다. 종전선언은 처음이 아니라 끝이다. 현 정부는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어야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고 믿으니까 계속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살라미식 협상을 하면 안 되는데 평양 공동선언으로 이런 식의 협상을 받아줬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북한에 유리한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카드를 갖고 계속 이런 식으로 협상하는 양상이 벌어질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정치적 선언이라는 건 법적 성격을 띠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안 지켜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치적 선언도 중요한 선언이지만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키면 미국도 안 지키면 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표현은 미국 보수층이 종전선언에 대해 과도하게 비중을 두니까 ‘종전선언은 적대관계 종식을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발언이다. 종전선언을 해도 유엔사나 주한 미군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김정은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종전 선언을 해줘도 되겠다. (한·미가 북한의 변화 의지에) 화답하는 게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키고 핵실험을 하면 언제든지 원상태로 돌릴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중 ‘북한이 속일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는 부분이 포인트다."


◇전성훈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종전선언을 했다가 다시 취소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쉽게 번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게 쉽게 번복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애초에 종전선언을 왜 하는 것인가. 종전선언을 번복할 수 있다는 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 자체도 언제든 번복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종전선언을 하면 안보적으로, 사회적으로 미칠 수 있는 파장들이 크기 때문에 번복이 어렵다. 정부는 북한의 종전선언 활용 전략을 잘 파악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핵을 보유했기 때문에 미국을 굴복시키고 미북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을 이룰 수 있었다고 선전할 것이다. 이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공고히 할 것이다. 또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와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을 요구할 것이다. 종전선언에 대한 선의가 북한에 역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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