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아베에 '위안부 치유재단' 해체 시사

입력 2018.09.27 03:00

朴정부 때 '韓日위안부 합의'
뉴욕 韓·日회담서 정면 충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25일(현지 시각)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놓고 사실상 정면충돌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하는 아베 총리에게 문 대통령은 그 합의의 산물(産物)인 화해·치유재단의 해체를 직접 거론했다. 다음 달 8일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가 예정된 상황에서 역사 문제가 한·일 관계에 암초로 떠올랐다.

◇'합의 파기' 부담에도 해체 거론

이날 오전 11시 20분부터 오후 12시 15분까지 55분 동안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덕담으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북·일 관계의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납치 문제를 포함해서 일·북 관계를 언급하신 데 대해서 감사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세 차례에 걸쳐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 등 북·일 대화를 권유한 사실을 소개했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 "김정은과 직접 마주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아베 총리는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굳은 표정으로 회담을 하고 있다. 양 정상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이견으로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분위기는 아베 총리가 먼저 위안부와 강제징용자 문제를 꺼내면서 달라졌다. 아베 총리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미 해결된 문제들'이란 일본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의 지속적 이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다만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국내적으로 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현실"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화해·치유재단의 해체가 임박했음을 통보한 것이다. 강제징용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가 강제징용 관련 재판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강제징용 소송 건은 삼권분립의 정신에 비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 정권 시절 사법부의 강제징용자 재판 개입 의혹을 언급한 것이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예산 10억엔을 토대로 2016년 7월 설립됐다. 합의 당시 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 47명 중 36명이 이 재단을 통해 치유금을 받거나 받을 의사를 밝혔고, 약 4억엔이 사용됐다. 재단을 해체하면 일본 측으로선 '합의 파기'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국제적 합의를 파기한다는 외교적 부담 때문에 올해 초 우리 정부는 '위안부 합의 파기·재협상은 하지 않되 10억엔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어정쩡한 방침을 내놓았다. 이후 여성가족부 예비비로 10억엔(103억원)을 편성했으나 일본이 이를 수령할 가능성은 낮다. 화해·치유재단 문제를 문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배경에는 최근 관련 시민단체가 '재단 해체'를 강하게 요구하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활동이 중지된 화해·치유재단에 임대료 등 한 달 수천만원이 들어간다는 설명도 내놨다.

◇또 다른 한·일 갈등 우려

이날 회담에서 북핵이 아닌 위안부와 강제징용자 문제가 전면에 등장한 것에 대해 일본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6일 "문 대통령이 사실상 재단의 해산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26일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린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지금은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로 입씨름할 때가 아니라 북한 문제를 매개로 협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 배상 문제가 조만간 한·일 간의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한 외교 소식통은 "결국 한국 재판부 결정에 따라 또 다른 한·일 갈등이 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