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로 제주도에 입국한 뒤 몰래 육지로 들어오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올 들어만도 7월까지 비자 없이 제주에서 육지로 숨어들다 붙잡힌 외국인(브로커 포함)이 50명에 달했다. 승합차 지붕 위 짐칸이나 물을 뺀 활어차 수조에 숨는 등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항과 제주공항 검색이 강화되자 제주도 해안의 100곳 넘는 소규모 어항이 제주도를 벗어나는 루트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가 2002년 특별법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 제주는 국제 관광 도시가 됐다. 그와 함께 불법체류 외국인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2011년만 해도 제주도 불법체류자는 282명에 불과했으나 2016년 5762명이 됐고 올 7월 말 1만명을 넘었다.

불법체류자가 늘면서 제주에서 검거된 외국인 범죄자는 2013년 299명이었는데 지난해엔 644명으로 증가했다.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는 '3무(三無)의 섬' 제주에서 주민들이 밤길 다니기를 꺼리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무비자로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무비자로 입국한 외국인들의 내륙 잠입 경유지(經由地)가 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하게 볼 문제다. 결과적으로는 바다를 통해 국내로 몰래 들어오는 밀입국 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사람들은 비자 기한을 넘겨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단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과는 성격이 다른 문제다. 자칫 테러범이나 불순 세력의 잠입 통로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

그렇다고 제주의 무비자 제도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다. 제주의 외국인 불법체류가 포화 상태를 넘어 육지로 번지는 상황이니 만큼 중앙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들이 육지로 들어오는 것을 돕다 단속된 사람들을 엄벌하는 것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