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셔츠보이프랭크 “슈게이징 장르, 묵묵히 걸을래요”

  • OSEN
    입력 2018.09.26 15:13


    [OSEN=김관명기자] 요즘 자주 들을 수는 없지만 슈게이징 음악은 매력적이다. 밴드 멤버들이 시선을 자신들의 신발에만 고정한 채 연주를 해서 붙여졌다는 그 이름 슈게이징(shoe-gazing). 그만큼 슈게이징 음악은 음 자체와 노이즈에 좀더 천착하고, 보컬에도 이펙트를 최대한 많이 건다. 기타 사운드가 신디사이저처럼 몽롱하게 부유하는 것도 특징. 슈게이징이 싸이키델릭과 경계가 모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이 슈게이징 음악을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 나왔다. 4인 밴드 셔츠보이프랭크(Shirts Boy Frank)의 2번째 EP ‘아무도 모르게 피어난’이다. ‘걷는 안개’, ‘Swallow’, ‘산성비’, ‘포말’, ‘마왕’, ‘악의 꽃’, 그리고 야간캠프 리믹스 버전의 ‘산성비 REMIX_XX좋음’, 이렇게 7곡이 꽉 찼다. 예전 눈 펑펑 내리던 날 황홀하게 듣던 비둘기우유 2집 이후 얼마만에 만난 슈게이징 음악인지. 서둘러 이들을 만났다. 

    셔츠보이프랭크는 보컬과 기타의 안덕근, 리드기타의 황승민, 베이스와 코러스의 김태준, 드럼과 아트의 최하림(사진 왼쪽부터), 이렇게 4인 구성. 같은 대학(성공회대)에서 만난 이들은 2016년 8월에 팀을 결성, 음반데뷔는 2017년 11월9일 EP ‘내 무른 행복 곁에 남은 방’으로 했다. 올해 6월1일 싱글 ‘Swallow’, 8월25일 2번째 EP ‘아무도 모르게 피어난’을 냈다. 

    = 반갑다. 우선 각자 소개부터. 쓰고 있는 악기도 공개해달라. 

    (안덕근) “팀의 리더로 작사랑 많은 곡의 작곡을 맡고 있다. 95년생이고 군대는 전부 아직 안 갔다. 기타는 스콰이어 재그마스터(Jagmaster)와 펜더 텔레캐스터(Telecaster)를 쓰는데 요즘은 주로 재그마스터를 쓴다.”

    (김태준) “96년생, 15학번 막내로 팀의 궂은 일을 도맡고 있다. 야마하의 BB2025X와 펜더의 프리시전(Precision)을 쓴다.”

    (최하림) “95년생으로 이번 앨범까지 아트워크를 맡았다. 앞으로는 다른 분에게 맡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 장비는 주로 롤랜드 SPD-SX를 쓴다.”

    (황승민) “10년 동안 기타를 치다가 팀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 기타는 레스폴과 깁슨을 쓴다. 95년생이다.”

    = 팀 결성과정이 궁금하다. 

    (안덕근) “김태준, 최하림과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는 사이였다. 그러다 밴드에 대한 소망이 생겨서 2,3개월 이들을 좇아다니며 밴드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림 형이 하면 저도 할게요’, ‘태준이 하면 나도 할게’ 그러더라. 그렇게 해서 2016년 8월에 셋이 결성했고, 황승민이 그 해 말에 합류했다.”

    = 셔츠, 보이, 프랭크, 팀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안덕근) “팀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 초년생이고 어리고 학생티를 다 안벗었기 때문에 소년 이미지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마이클 패스벤더의 음악영화 ‘프랭크’를 좋아해서 ‘프랭크’도 들어갔으면 싶었다. 하지만 ‘보이프랭크’라고 하기에는 뭔가 허전해서 앞에 셔츠를 붙였다. 셋이 마침 셔츠를 자주 입기도 하는데다, 셔츠 자체가 주는 교복과 양복, 성인과 학생 그 중간의 모호한 이미지도 마음에 들었다.”

    = 데뷔 EP ‘내 무른 행복 곁에 남은 방’(내 무른 행복 곁에 남은, 경계, 침전의 방, I See You Blue)은 어떤 앨범인가. 

    (안덕근) “팀 결성 2년만에, (황)승민이 합류한 지 1년쯤 돼 나온 앨범이다. ‘방’을 컨셉트로 잡아 멜로영화 같은 느낌을 주려 했다. 결말을 먼저 보여주고 그 다음에 2,3번 트랙에서 그 과정을 보여준 뒤, 4번 트랙은 1번 트랙과 다시 연결되는 구성을 취했다.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맺고, 그 맺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좋은 면과 안좋은 면을 들춰내고 싶었다. 사랑의 불안감이나 부정적인 모습 같은 것 말이다. 수록곡 중에서는 ‘침전의 방’이 가장 인기가 높다. ‘경계’도 앰비언트한 느낌이 있어 괜찮다. 첫 곡은 좀더 다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2번째 EP ‘아무도 모르게 피어난’(걷는 안개, Swallow, 산성비, 포말, 마왕, 악의 꽃, 산성비 REMIX_XX좋음)은. 

    (최하림) “이미 만들어놓은 ‘악의 꽃’이 어두운 느낌이었다. 이 곡을 토대로 앨범을 만들게 됐다.”

    (안덕근) “데뷔 EP가 하나의 스토리로 흘러간다면, 이번 앨범은 옴니버스 영화 같은 느낌이다. 곡마다 주제라든가 사운드가 제각각이다. 그러나 본질적 주제로 들어가면, 한 명의 인간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존재의 불안전함은 더욱 강해졌다.”

    (최하림) “표현방법은 다르지만 주제는 겹친다.”

    (김태준) “앨범 컨셉트가 다양한 얼굴, 다양한 장르를 보여줄 수 있는 중국의 경극 같다. 또한 저희 밴드 색깔이 요즘 밴드와는 그 결이 다르다. 장르도 마이너한 슈게이징이고.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피어난’이 앨범 제목으로 적당한 것 같다.” 

    = 이번 앨범에서 3곡을 함께 들어보자. 어떤 곡을 추천하는지. 

    (안덕근) “‘걷는 안개’, ‘포말’, ‘악의 꽃’이다. 타이틀곡은 ‘마왕’이지만, 이 곡 얘기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할 것 같다.”

    = 좋다. 마침 지금 말한 3곡이 개인적으로도 좋았다. 

    (안덕근) “‘걷는 안개’는 데뷔 앨범 끝내고 처음 만든 곡이다. 저희가 첫 EP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거대한 공간감이었는데 이게 원하는 대로 구현이 안됐다. 그래서 이 곡에서는 퍼스트 기타에 딜레이 이펙터를 많이 걸었다. 다른 악기에도 레이어를 많이 쌓았다. 숨겨진 소리가 많다.”

    (김태준) “상당히 감각적인 곡이다. 슈게이징에 기반한, 셔츠보이프랭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준다. 서라운드 스피커로 들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최하림) “크게 들으면 안들리던 소리가 들린다.”

    = ‘포말’은 어떤 곡인가. 

    (안덕근) “지난해 12월에 만들었다. 한 개인이 사회에 대해 느끼는 중압감이나 우울감이 점점 심해져 우주와 심해가 온갖 부정적인 에너지들로 가득 찬 모습을 그렸다. 제목 ‘포말’은 바다 깊은 곳에서 올라와 표면에 생긴 거품이다. 곡 자체가 혼자서 떠도는 인공위성의 느낌이 있다.”

    (김태준) ”그래서 모뎀 소리를 집어넣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에서 베이스 라인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동안 연주하지 않았던 펑크 같은 주법들을 많이 써봤다. 베이스의 터치감에 신경 써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 ‘악의 꽃’은.

    (최하림) “초창기 버전에서 거의 안바뀐 유일한 곡이다.”

    (김태준) “베이스 라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

    (황승민) “저도 이 곡의 베이스 라인이 좋다.”

    (안덕근) “라이브하면서 유일하게 뛰어노는 곡이다. 템포가 제일 빠르다.”

    (황승민) “‘포말’도 그렇지만 날것의 느낌이 있다.”

    (김태준) “서태지 선배님이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TM) 느낌도 있다.”

    (황승민) “‘악의 꽃’은 앞부분과 뒷부분이 완전 다른 장르다. 퀸의 ‘Bohemian Rhapsody’ 구성을 따라가보려 했다.”

    (김태준) “앞부분은 더럽고 타락했고, 뒷부분은 성스럽다.” 

    = 셔츠보이프랭크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 

    (황승민) “이 세계에 없던 소리를 내는 게 목표다.”

    (안덕근) “정규앨범으로 다시 인사를 드릴 것 같다. 이번에는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것은 21세기 페퍼 상사, 이런 느낌을 내는 것이다. 

    (최하림) “개인적으로는 드럼 플레이에 욕심을 내보고 싶다.”

    (김태준) “팬들로부터 잊혀지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다. 그분들에게 헌정하는 기분으로, 가득 채워서 만나고 싶다.”

    /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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