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당은 공격, 야당은 방어' 이상한 청문회

입력 2018.09.21 03:00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 적폐 주범인 사람이 노동 존중 사회 적폐 청산을 부르짖는 문재인 정권의 장관 후보까지 됐는지…. 조상의 은덕(恩德)이 대단합니다."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뱉은 말이다. 이날 여러 의원이 이 후보자를 몰아세웠다. 그 자체는 늘 있는 일이지만 이날 풍경은 특이했다. 이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 세운 건 문재인 정권인데, 문재인 정권을 떠받치는 여당 의원들이 이 후보자를 집중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특히 세게 나왔다. 그는 한국노총위원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때 고용부 차관을 하던 이 후보자와 주요 노동 정책에서 날을 세우던 관계였다. 시간이 흐르고 판도가 변해 두 사람이 이번에는 여당 의원과 장관 후보자로 만났지만 그래도 이 의원은 이 후보자가 '한편'이 되기 전 이명박 정부에 있을 때 한 일을 조목조목 따진 것이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도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 때 기간제법과 파견법의 국회 통과를 바란다는 인터뷰를 했다"고 날카롭게 추궁했다. 문 대통령이 의원 시절(2012년) 최저임금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후보자가 반대했다고 문제 삼는 여당 의원도 있었다.

이 후보자는 직업 관료 출신이다. 장관 후보가 되기 전까지 30년 공직 생활을 고용부에서만 보냈다. 개인의 이념·소신·취향이 아니라 각각의 정권이 세운 목표에 따라 핵심 정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게 그의 직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여당 의원들이 중시한 건 그가 직업 관료로서 유능했느냐 무능했느냐가 아니었다. 이번 정권과 생각이 다른 정권에서 그 정권의 시책을 펼친 데 대한 사과, '내 편'이 아니었던 데 대한 사과를 받고 싶은 듯했다. 야당 의원들이 되레 "소신 굽히지 말라"고 이 후보자를 추켜세우는 진풍경이 그래서 벌어졌다.

이런 식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식으로 직업 관료의 과거를 추궁하면 어떤 공무원이 몸 사리지 않을까. 이 후보자는 여야의 질타와 칭찬을 난감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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