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 안 써야 진짜 광복… 서울 공공기관 전수조사하라"

조선일보
  • 이벌찬 기자
    입력 2018.09.21 03:00

    여당 시의원의 황당 요구

    홍성룡 시의원
    홍성룡 시의원

    서울시의원이 '일본제(製) 사용은 순국선열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며 서울시청·구청·공립학교 등에 일본제 물품 사용 현황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공무원들은 "시의원의 황당한 요구로 과도한 행정력이 낭비됐다"고 성토하고 있다. 해당 의원은 공공기관에서 일본제 물품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정부기관이 특정 국가 제품을 한 달 이상 불매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홍성룡(53·더불어민주당·송파3)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9일 서면질의로 서울시청·구청, 공립학교 등의 일본제 물품 사용 현황을 전수 조사해달라고 각 기관에 요구했다. 서울시 기본조례 51조에 따르면 시의원이 질의한 요청은 관계기관이 10일 이내에 반드시 답변해야 한다.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면 연장을 승인받아야 한다. 홍 의원은 당시 질의에서 "공공기관에서 일본제 물품을 구매·사용하는 상황은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진정한 광복을 이루기 위해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공공기관에서 일본제 사용을 금지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 등 각 기관은 홍 의원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실제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과정에서 "시의원의 황당한 갑질" "행정력 낭비" 등의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일본제 물품 통계는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각 부서·학교 담당 직원이 구매 내역을 뽑아 제품 정보를 일일이 확인했다. 일선 공무원들은 "일본제 사용 여부와 광복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시 공무원 내부 통신망에는 "일본 브랜드 제품이라도 국내 업체 부품이 들어간 경우가 많은데 무슨 기준으로 일본제를 가려내느냐" "개인적인 반일정서에서 출발한 불매 운동에 공무원들을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시 관계자는 "일부 구청에서는 물품 조사 때문에 이틀간 야근한 사례도 있다"면서 "8·9월은 태풍·호우·폭염으로 공무원 업무 부담이 컸던 탓에 공무원들 업무에 애로가 많았다"고 했다.

    물품 전수조사는 홍 의원 요청 한 달 만인 지난 7일 모두 마쳤다. 전수 조사 결과, 일본제는 각 기관의 전체 물품 중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20일 본지 통화에서 "허술한 조사로 일본제 비율이 낮게 나온 것"이라며 "추석 이후 2차 조사를 요청해 일본제 물품 사용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재조사를 위한 일본제 판단 기준도 새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 브랜드 제품이더라도 제조국이 일본으로 돼 있으면 일본제로 판단하게 하는 등 상세한 기준이 담길 예정이다. 홍 의원은 "아직도 진정한 광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일본제를 서울시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쓰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홍 의원은 18년 넘게 '독도로 본적 옮기기' 등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독도·간도역사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독도향우회 회장, 독도 NGO 포럼 상임의장,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상임대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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