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와 유리… 불이 만든 생활의 예술

조선일보
  • 정상혁 기자
    입력 2018.09.21 03:00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신예, 김종훈·양유완 '불의 공예'展

    무쇠와 유리 모두 불에서 태어난다.

    주물장 김종훈(86)과 유리공예가 양유완(31), 장인과 신예가 불 피운 전시 '불의 공예'가 서울 가회동 '예올 북촌가'에서 열린다. 문화유산 보호·계승을 위해 2002년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 예올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전시로, 두 작가는 2018년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과 '예올이 뽑은 올해의 젊은 공예인'이기도 하다. 예올 측은 "속성·작업 방식 모두 판이한 주물과 유리를 통해 공예의 여러 면모를 한자리서 즐길 기회"라며 "쓰임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생활의 공예'를 제안코자 했다"고 밝혔다.

    산허리에 걸린 구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유리공예가 양유완의 ‘운해―뭉퉁다리’ 시리즈.
    산허리에 걸린 구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유리공예가 양유완의 ‘운해―뭉퉁다리’ 시리즈. /예올
    무쇠는 천천히 달아오른다는 점에서, 김종훈의 주물은 그 시간 자체로 미적 승화를 이룩한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45호이자 100년 전 시작된 가업을 이어받아 4대(代)째 가마솥 제조 작업을 받들고 있는 그는 그러나 과거에 머물지 않고, 부엌 살림 진화에 따른 전통 주물의 변용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 최정유와 협업한 '검은 솥'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솥이라는 거대함의 고정관념을 가구 수 변화에 맞춰 1~2인용·3~4인용 등으로 세분화하거나, 부뚜막 아궁이에 어울리던 둥근 엉덩이를 전기레인지에 맞게 편편히 바꿔낸 식이다. 솥과 구이용 팬, 절구 같은 조리 기구 외에도 촛대, 모기향 꽂이 등이 전시돼 은은하게 불을 가두는 여유의 가치를 선사한다.

    주물장 김종훈의 ‘검은 솥’컬렉션.
    주물장 김종훈의 ‘검은 솥’컬렉션. /예올

    유리는 순간적으로 몸을 바꾼다는 점에서, 양유완의 유리공예는 우연과 반복이 빚어내는 찰나의 예술을 향하고 있다. 작가는 주로 긴 대롱 끝 유리에 숨을 불어넣는 블로잉(Blowing) 기법으로 모양을 잡는다. 수차례 유리에 유리를 덧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며 블로잉 기법 특유의 무거운 질감을 산허리의 구름처럼 구현해낸 '운해―뭉퉁다리' 시리즈 등을 완성한다.

    유리라는 현대적 물질에 한국 특유의 소재를 결합하는 실험도 선보인다. 유리에서 손맛이 느껴지는 이유다. 유리 끝에 도자기 유약을 바른 뒤 숨을 불어넣어 작은 섬 무늬를 그릇 전체로 퍼뜨린 '점지 Island―유약' 시리즈, 옻칠 기법을 적용해 유리에 나무의 성질을 부여한 '나무―옻칠' 시리즈 등이 그 예다. 조명 기구나 식탁용 식기류 등 일상의 영역으로 작품을 확대해 관람객과 사용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했다. 요리연구가 노영희도 참여해 새로운 식기에 맞춤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공예가 불로 장생(長生)한다. 10월 18일까지. (02)745-5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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